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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HERstory 우리 정여사

정여사 고향의 돌: 선친의 녹두죽

by 전설s 2024.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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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사 고향의 돌: 선친의 녹두죽]

정여사 고향의 돌.


우리 정여사가 고향의 바닷가에서 주워 온 돌이다. 아마도 실사숙고해서 고르셨을 것이다. 단단하고 둥글고 손에 딱 잡아서 힘을 줄 수 있는...


내가 철이 들었을 때부터 선친은 건강하지 않았다. 철은 언제 들었을까? 일찍 철들었다. 더 정확하게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던 시절부터 선친은 1년에 1번 정도 아프셨다.


한 번 정도 무시무시하게 제법 기력이 없어서 정여사가 늘 보약 삼아 고기를 고아드렸다. 그리고 중간중간 입맛이 없을 때는 늘 녹두죽을 끓이셨다.


녹두죽은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죽이었다. 쌀은 불려서 갈아야 했고, 녹두도 불렸다가 따로 먼저 삶았다. 녹두껍질이 들어가면 목에서 걸려서 넘어가지 않는다고 체로 껍질을 걸러 내었다.


따로  믹서기가 없던 시절이라, 죽이 아니라 미음을 드셔야 할 경우도 있어서 정여사는 저 돌을 믹서기 삼아 쌀 알갱이의 크기도 조절하고, 때에 따라서는 성긴 체에 거른 녹두 알갱이의 크기도 조절하셨다.


곱게 갈면 미음이요, 성기게 갈면 미음반 알갱이 반 있는  죽이 된다. 그렇게 죽을 끓이고 소금 간을 하면 죽은 정말 너무 맛났다. 선친 드린다고 우리 차례가 없을 때도 있었는데, 먹고 싶었었다.


지금은 참 쓸모없는 돌이다. 내게는 믹서기가 있으니, 정여사를 위해 죽을 미음으로 끓여야 할 경우에도 저 돌은 사용하지 않았다만,


선친과 정여사의 추억이 있는 저 돌은 부엌 어디엔가 늘 있다. 보기만 해도 즐겁다. 손에 들어오는 아담 사이즈. 마음이 따뜻해진다.


오늘도 청소를 하다가 돌을 손에 쥐어본다. 초등확교 때 본 정여사의 죽 끓이시던 방법이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꽤 오래 전 아닌가. 40년도 넘었건만. 자주 끓였다는.....


이 돌은 맥반석 침대를 사니 함께 온 돌이다. 고구마 삶을 때 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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