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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사의 자리가 명당자리였구나]
책상 위를 컴퓨터와 키보드가 차지한 지가 벌써 몇 십 년이 지나지 않았는가. 독서 시엔 그 키보드 위에 책이 놓이기 일쑤였다.
정여사가 떠나시고, 정여사와 밥 먹던 식탁에서 이제 독서를 해보는데,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식탁에서는 정여사와 내가 마주 보고 앉아 식사를 했는데, 독서하느라고 정여사의 자리에 앉아서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다가 문득,
같은 집에서도 우리가 보는 세계는 조금 다를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 식탁의자에 앉으면 우리 정여사만 보였는데, 아니 정여사만 보았는데...
정여사의 의자에 앉아보니, 거실 거실 tv 안방 건넌방 부엌 그리고 거실 창 너머의 숲까지, 총망라하여 전체가 조명이 된다.
그 자리가 나름 명당자리였구나. 보행기로 움직이시면 자기 집안도 다 둘러보기 불편한데, 식사 때마다 보실 수 있었으니, 정말 다행이지 않았는가?
애써 그 자리를 드린 것은 아니었는데, 그나마 집 천체를 조명하고 사셨으니 덜 답답하셨게다 싶어 마음이 놓인다. 명당자리에 앉아 독서를 또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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