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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ENT & moments

홍가시나무라고??!! 무식함의 끝은 어디일까

by 전설s 2021.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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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가시나무라고??!! 무식함의 끝은 어디일까]

 

아침마다 지나가는 공원엔 나무가 많지만 아직 조성한 지가 그렇게 오래된 것은 아니라서 수령 높은 나무가 주는 풍성한 느낌을 주진 않는다. 그나마 벚꽃나무는 줄 지어 선 영역이 있어 벚꽃 보는 즐거움은 있다. 

 

그런 어느 날, 전설이 지나가는 길목에 사철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봄이 시작되면 겨우내 짙은 녹색을 띠던 사철나무의 가지 끝에서부터 파릇파릇 새순이 나기 시작하면서 공원은 연한 연둣빛이 진한 녹색들을 아래로 하고 하늘을 향해 뻗어나간다. 

 

우리말에 색을 표현하는 방법이 너무 많은 것이 정말 필요한 시점이 사철나무 하나만 관찰해 보아도 알 수있다. 녹색 계열인데 겨우내 찬서리를 버텨 온 녹색과 새로 막 피어난 연한 연두색 사이에 수많은 연둣빛 녹색, 녹색빛 연두가 gradation을 만들며 빛의 향연을 연출한다. 부드럽기도 너무 다르다. 겨울을 지내 온 거친 잎에 비하여 새로 나서는 풀잎은 부드럽기가 솜사탕만큼이나 곱다. 

 

사철나무는 내게 그런 나무였다. 녹색의 모든 빛깔을 연출하는 그런 나무. 

 

그런데 어느 해 부터인가 새로 심긴 사철나무가 이상한 것이다. 새순이 나오는 잎이 고운 연둣빛을 반사하는 것이 아니라 붉은빛의 잎을 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 공원은 만들어질 때부터 환경오염을 의심해 온 터였다. 그래서 공원이 조성될 그때에 수령 많은 나무나, 일 년생 나무나 심지어는 잔디마저 잘 자랄까 하는 마음을 가지고 관찰해 온 터였다.

 

잔디보다는 풀이 더 빨리 잘 자랐지만 잔디는 명맥을 이었고, 일년생 나무들은 종류가 자주 바뀌었다. 토양과 맞지 않아서 바꾸는지, 원래 그런 계획이 있어서 바꾸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나의 관찰에 의하면 아주 왕성하게 자라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자주 수종이 바뀌어서 그랬을까. 

 

여하한 새로 심겨진 사철나무는 붉은색 잎을 내기 시작했다. 정말 이상했다. 그래서 환경오염의 의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환경오염물질에 영향을 받아서 새순이 붉게 나오는 것은 아닐까를 생각해 보았다. 환경호르몬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었다. 유전자의 발현의 스위치를 변경시키기도 하는 것이라 연두 빛에서 붉은빛을 내는 것으로 스위칭이 되지 않았을까를 고민하면서 그 길을 지나다녔다. 

 

손으로 만져 보면 연두빛 그놈들과 다를 바가 없는데... 좀 더 관찰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집을 지어서 살아보겠다는 친구가 집터를 샀다고 해서 방문한 김에 그 주택지에 이미 지어진 집을 구경하게 되었는데, 이 붉은빛 사철나무를 집 둘레에 심어 놓은 것이 많이 발견되었다. 혹시나 싶어서 물어보니. 

 

아뿔싸. 사철나무가 아니라 홍가시나무란다. 

엄마야, 사철나무가 환경오염에 의해 붉은빛을 낸 게 아니란 말인가. 

몇 번이나 물어보지만 답은 "홍가시나무"란다. 너무 이쁘제 하면서. 

 

사실 새순이 빨갛게 올라오면 아래의 녹색과 어루러져 보기에 참 좋다. 다만 환경호르몬의 영향일지도 모른다는 내 의심이 그 아름다운 빛깔의 합체를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 그런데 저 붉은빛이 나중에는 다시 녹색으로 되는 것이 나는 또 많이 이상했던 것이다. 

 

집을 둘러 심어진 홍가시나무는 집을 더욱 폼나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훌륭한 나무였다. 아. 이런 난감함!!!

 

친구들은 꽃나무며 꽃이며, 건축 자재며, 집의 모양이며.

 

모르는 것이 없다. 집을 지으려고 마음을 먹으면 저절로 알아지는 것일까. 열심히 공부를 해서 알게 된 것일까. 

 

아침마다 보던 사철나무는 사철나무가 아니라 홍가시나무라는 것을 안 순간, 혼자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꽃과 나무를 그토록 무식하게 모를 수가 있나. 등산을 가면 이 나무 저 나무, 이 꽃 저 꽃 다 알던 사람을 내 평생 두 사람을 만났는데, 식물도감을 펼쳐 놓고 연구도 한다고 했다. 식물도감을 하나 사야 할까. 애꿎은 환경호르몬을 의심할 것이 아니라. 

 

화분의 꽃은 내게 오면 시들기가 바빴고, 나무는 죽기가 바빴다. 그것이 싫어서 일찌감치 나무 근처에는 가지 않았다. 산에 있는, 자연 그대로의 나무만 좋아했다. 그러니 꽃과 나무를 내가 알 리가 없다.  요새 관심을 가져볼까 하여 둘러보니 사철나무도 눈에 오고, 홍가시나무도 눈에 오는 것이다. 스킨답서스도 수중 재배를 해보고, 몬스테라도 분양받아 키워보고. 그러나 늘 조마조마하다. 언제 죽을지 몰라서. 

 

카랑코에를 선물 받았는데 이틀이 안되어 꽃은 시들고 급기야 둘 중 하나는 사망했다. 하나는 어찌 될지...

 

꽃과 나무의 문외한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며 이 난감함을 극복하려는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익숙해질까?

 

[플러스]

결국 홍가시나무를 몰라 본 것은 물론이고, 사철나무도 제대로 모른다는 것 아닌가. 참으로 창피스럽구나. 아래 사진은 멍청하게 찍어서 모양이 별로인데, 어느 집 담장을 줄지어 늘어서 있는 모습은 가히 예쁘고 훌륭하다.

 

문화/꽃/나무/홍가시나무/사철나무/집짓기/공원

 

홍가시나무야, 미안하다 너를 몰라 보았구나. 오늘 아침 친구에게 너의 이름을 사진을 보여주고 다시 물었다. 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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