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도 고고씽: 시간을 많이 절약하게 되었다]
우리말에 "우천 시 순연"이라는 말이 있다. 행사를 잡아두었는데 그 날 비가 오면 자동적을 연기될 수 있다는 뜻이다. 행사 팸플릿 등의 말미에 있기도 했다. 학교 행사에서도 우천 시 순연은 당연한 것이었다. 체육대회 소풍 사생대회 등등.
요즘은 가뭄장마라는 말이 생길 만큼 비가 없거나 매우 적은 장마도 있지만 우리가 학교를 다닐 때에는 6월 말부터 8월까지 장마는 일주일 내지 2주일씩 장대 같은 비가 내렸다. 그런 비에서는 행사를 한다는 것이 무리이지만 장마철이 아니라도 비가 제법 오는 우리나라에서 우천 시 순연이라는 것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지니지 않고 살았었다.
유럽을 갔더니, 아하 날씨가 흐린 날이 많고 비도 자주 내리는 것이다. 장마처럼 내리는 것은 절대로 아니고 옷이 살짝 젖을 만큼 혹은 굳이 우산을 쓰지 않고 맞아도 될만큼의 비. 우리나라에서의 비와 기준이 다르고 느낌이 달랐다. 비가 온다 해야 하니 안 온다 해야 하나.
그런데 신기했던 것은 행사 일정을 잡아 놓으면 이 사람들은 날씨에는 눈길도 안 주는 것이다. 제법 비가 와도 진행을 해 버린다. 우천시 순연이라는 말이 없다. 비가 자주 오는데 순연을 하면 영원히 행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날씨에 상관없이 거의 진행하는 편이었다.
또한 인도에서 온 친구에게 "우천시 순연"이라는 말이 우리나라에 있다고 하니, 자기들은 계절을 우기와 건기로 나눈단다. 그러면서 우기 때는 그러면 아무것도 안 해야 하네???@@@
그때 알았다. 비 Rain라는 자연현상으로 인하여 뭔가를 굳이 미룰 필요가 없구나. 비 뿐만 아니라 다른 것에도 영향을 굳이 받을 필요는 없구나.
원래도 계획을 세우면 꾸준히 하는 편이다. 꾸준히 되지 않을 것이면 시작을 안 하려는 나쁜 습관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 계획을 실천하다 보면 이런 날 저런 날에 그 계획을 할 수 없는 핑계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럴 때면 비가 와도 의연하게 비를 맞으면 행사를 진행하던 유럽인들이 생각나서 웬만하면 그냥 한다.
출근 시에 걷기를 하는데, 비가 오고 눈이 오고 햇살이 강하고 피곤하고 어제 무리를 하고... 수많은 핑계를 대면서 버스를 탈 수도 있지만 아예 핑계라는 경우의 수를 놓고 고민하지 않는다. 걸어갈까 버스를 탈까. 그런 고민하는 시간을 없앨 수가 있었다. 장기적으로 보면 엄청난 시간을 아꼈고 정신활동의 낭비를 막았다. 그냥 계획대로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비단 걷기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계획에도 이 룰을 적용하려 한다. 적절한 계획을 세울 것. 고민하지 말고 실천할 것. 핑계에 대해 생각을 말 것.
전설/개인사/문화/우천 시 순연/비/우기와 건기
'PRESENT & momen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가시나무라고??!! 무식함의 끝은 어디일까 (2) | 2021.04.03 |
---|---|
산통 vs 생리통 : 축하한다 할머니 됨을!~ (6) | 2021.03.31 |
환갑 전에 결혼하세요 (0) | 2021.03.20 |
비 갠 아침의 눈부심 (0) | 2021.03.03 |
까치 까치 설날은 (0) | 2021.02.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