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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HERstory 우리 정여사

정여사 "미션 클리어"의 대미

by 전설s 2021.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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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사의 "미션 클리어"의 대미]


식탁 위를 완전 정리했다. 티끌만 남기고 정리했다. 공간을 넓게 확보해야 한다. 정여사가 보호자인 전설이 없는 1박 2일의 3번의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 허리가 다소 불편하더라도 움직임이 좋으셨던 그날들에는 그냥 집만 나서면 만사형통이었으나, 이제 정여사는 누군가의 도움이 소중한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더구나 이사를 온 집은 동선이 넓고 부엌 조리대가 높아서 다소 불편하다. 구석구석이 쌀이며 부식이면 어디에 위치하는 지를 잊은 지도 오래다. 그러니 밥이 없으면 스스로 해 먹고자 하기도 애매하다. 재료의 소재도 모르거니와 있다 해도 요리할 형편도 아니다. 그러나 정여사는 자기의 길을 가는 자립적인 여성이다. 그런 여성이 불편한 가운데에서도 보호자와 함께 살기 위해서는 나름의 "미션 틀리어" 정신은 지나고 산다. 한번 볼까.


큰 밥통엔 1회분씩 담은 뚜껑있는 밥공기가 셋.
가자미 생선구이 2마리는 토막내어 밥공기 옆 공간에 따뜻하게 위치.
작은 밥통엔 4-5회분의 국.
5칸 나물반찬 2통.
마른 김이 3봉.
결명자차 1리터들이 4병 준비. 그리고 큰 주전자에 역시나 끓인 물.


물병 2개와 반찬 통은 냉장고로,
물 2병은 정여사 방으로.
그리고 나머지는 식탁에 배치된다. 다만 큰 밥통은 크기가 커서 식탁 옆 튼튼한 의자 위로 위치한다.


밥은 담겨있고
국그릇 셋/국자/수저 3세트/물컵도 식탁에 세팅.
마지막으로 복용할 처방약 점검.
잘 꺼내서 드시고 빈 그릇들은 식탁옆 주방 요리대 위에 주욱 올려놓으시라.


그렇게 준비된 상태에서 정여사의 미션은 시작된다.


그날 5시에 저녁을 드셨고
8시에 복약
이튿날 아침 8시에 복용약
11시 아침겸 점심식사
5시 저녁식사.
8시 다시 저녁약.


식탁 위에는, 국이 있는 작은 밥통은 국이 남아서 그대로 두었다 하고, 큰 밥통은 밥이 없으니 전선 코드 Off. 주방 요리대 위에는 그간 먹은 밥그릇 국그릇 수저 등등의 설거지 그릇들이 즐비하게 얌전하게 높여져 있다. 그런데 그릇이 말끔하다. 마치 스님들이 발우 다루듯이 말끔하게 식사를 하셨다. 그리고 해맑은 얼굴로 한 밤 자고 온 전설을 맞는다.


손부터 씻고 인사로 안아주고
주방과 식탁의 미션 클리어 현장을 보고
다시 가서 정여사를 안아준다. 얼굴이 맑고 눈빛이 총총하다.


정리를 끝내고 미션의 마지막을 정여사에게 전달한다.
= 지금부터 나는 잘 텐데, 내일 아침에 출근해야 하니 꼭 깨워주세요.
= (새삼스럽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하고서) 알람 하고 자지 않나?
= 알람해도 피곤하면 안 들려.....
= 직접 오려면 힘드니 전화로 깨워주세요. 걸어주세요.
= 흐음. 알겠다.


정여사는 87세다. 건망증이 있다. 과연 깨워 줄까. 부재 시에 식사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수없이 말했기에 기억을 해서 미션이 클리어 되었지만...


아침 7시. 역시 건망증은 작동했다. 정여사는 전화로 깨우지 않고 보행기를 몰고 와서 노크로 전설을 깨웠다. 반은 기억했고, 반은 잊었으나 기상 시키는 원래 목적은 달성한 당당한 여인이다. 오늘 저녁에 여쭈어 보아야겠다. 전화로 깨우라 했던 말을 잊은 건지, 아니면 잊지 않았지만 직접 와서 깨우고 싶었을 뿐이었는지. 건망증이 아니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플러스] 늘 재는 "아침 7시" 혈압은 잘 조절되고 있었다. 혼자 보내야 하는 시간을 정신을 집중하여 홀로서기를 성공한 정여사가 너무 사람스럽다. "미션 클리어"의 정여사. 그녀가 전설의 어머니이시다. 행복하다.

화성에 가는 것만이 미션이겠는가. 사소한 일들도 큰 미션이 되기도 한다. (사진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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