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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HERstory 우리 정여사

유산 상속이 부러워

by 전설s 2021.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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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 상속이 부러워]



사장을 해 본 적이 없으니 그야말로 샐러리맨으로 살아왔다. 프리랜스를 한 적도 없으니 더더욱 그러하다. 자라는 과정에서 부모가 넉넉하여 편하게 사는 사람들을 보긴 했다. 부러웠다. 말로라도 부러워했다. 실제로 부러운 구석이 있긴 했다 기회가 더 많았으니까.


그래도 나도 세상을 나올 이유가 있었는 지 씩씩하게 자랐고 샐러리맨 생활도 씩씩하게 하여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부모들이 돌아갈 시기가 되니 다른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소위 말하는, 불로소득은 따로 있었다. 바로 유산이었다. 물론 빚을 유산으로 남기는 부모도 있다. 한 푼 남길 것도 없이 가시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분명히 부동산이나 동산 형태로 남겨지는 유산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분명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각 집안마다 수 만가지 얽히고설킨 유산을 둘러싼 숨은 이야기들이 있겠지만 다 생략하고, 일단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것에만 주목하여 마음껏 부러워하는 것이다. 원만히 해결되지 않아서 법적 소송 등의 번거로움이 있건 말건 그건 당사자들의 문제이고, 다만 "남겨진 유산이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마음껏 부러워한다.


돌아가시면 한 푼도 남겨 줄 것이 없는 우리 정여사에게, 어느 날 친구들의 유산 상속이 부럽다 하니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신다.


= 부산에 국제시장이라는 곳이 있다. 자갈치 옆이다. 점포가 빼곡히 들어 차 있는 곳인데, 어느 날 화재가 났다. 큰 화재였니라. 지금처럼 보험을 넣던 시절이 아니었으니, 화재의 소실은 고스란히 개인의 몫이었어.
= 근데요?
= 집집마다 큰 걱정이었지. 낭패인 집도 많고. 그런데 불구경(?)을 하던 거지들이 이런 대화를 했단다.


거지 아들: 아유. 이제 저 집들은 망했네.
거지 아빠: 당연하지. 정말 망했지 걱정이 클끼라. 우리 아들은 아빠에게 고마워해야 해
거지 아들: 와 그렁교. 아부지...
거지 아빠:아빠가 모아놓은 것이 없으니 화재 날 일도 없고 걱정할 인도 없다 아이가. 다 애비 덕인 줄 알아라.
거지 아들: 아!!! 고맙심미더 아부지.


= 정여사님. 정말 우습다!!!


정여사의 아들들은 정여사의 말씀처럼 저 지점을 높이 샀다. 아버지는 몸만 물려주고 가셨고 엄마인 정여사는 한 푼도 안 남기고 가시겠지만 우리끼리, 자식들끼리 얼굴 붉히고 싸울 일이 없다는 것. 그럴 여지를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그 지점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고, 싸울 일이나 마음 불편할 일이 없다는 것이 너무 좋다 하면서 유산 1푼 없는 우리 자신들을 위로했던 기억이 났다.


그래도 난 쪼끔 부러운데....

마추픽추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기 위해서 그 뒷산을 오르는 길이다. 정여사는 이런 길을 오를 건강한 육체와 남미를 여핼갈 용기를 유산으로 미리 준 것이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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