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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HERstory 우리 정여사

재래시장 좌판 할머니의 연휴는 길어

by 전설s 2021.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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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좌판 할머니의 연휴는 길어]

(출처:pixabay)

명절은 다가오는 것을 어떻게 느끼는가 하면 재래시장의 분위기와 공기가 달라진다. 알 수 없는 분주함. 할머니 할아버지 연배의 어르신들이 더 많이 보인다. 그리고 그들이 무거운 제사상 재료를 실어 나르려고 가져오는 개인용 카터의 뒤섞임. 재래시장이 왁자지껄 해지는 느낌이 들면 명절이 다가 옴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보통 명절 한 달 전부터 알 수 있는데 추석은 한 달 전부터, 설날은 더 길다. 양력설을 쇠는 사람도 있겠고 혹은 설준비는 겨울이다 보니 좀 더 일찍 구매하여 보관하여도 덜 상할 것이라는 믿음. 여름이나 겨울이나 냉장고와 김치냉장고의 성능은 같을 것이나 심리적으로 장기보관을 해도 될 것 같고, 냉장고가 아닌 실온이라도 겨울은 미리 사놓은 물건의 보관에 부담이 적다. 그 이유일까? 혹은 양력설까지 쇠진 않더라도 연말연시에 가족 모임을 할 준비를 하는지도 몰랐다. 

 

작년과 올해엔 코로나로 귀향을 장려하지 않았으니 재래시장이 조용할 것이라는 나의 예상은 멋지게 빗나갔다. 자식들 며느리들 손주들은 귀향을 포기하였을 지 모르나 시골이나 고향에 계신 어른들은 그들이 오지 않는다고 제사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제사상을 적게 기본만 하자고 결단 내리기도 힘들고, 기본만 한다고 해도 사다 날라야 할 재료들의 무게는 어르신들에게는 부담이 된다. 오지 않는 자식들을 대신하여 음식도 장만하여야 하고 코로나는 명절 스트레스를 어른들에게 돌려놓는 효과를 낳았다. 다들 이를 계기로 제사문화를 더 간소화하는 절차를 밟게 될까.

 

(출처:pixabay)

 

코로나로 조용할 줄 알았던 재래시장은 작년 추석에도 예상을 빗나갔고, 이번 설날에도 그 예상을 빗나갔다. 장보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좁은 길. 개인용 카터들의 긴 행렬. 더딘 어르신들의 발걸음. 또 음식 재료를 이리 보고 저리 보아야 하니 속도는 더 느리고. 이동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손에 든 시장 보따리의 무게감이 더해진다. 

 

재래시장에 가게가 있는 사람들은 명절 연휴가 지나도 문을 연다. 가끔 문 닫은 가게도 있지만 대부분 문을 연다. 그런데 좌판에서 채소를 팔았던 분들은 대부분 안 보이신다. 명절 연휴가 끝나도 며칠간 보이지 않는다. 오늘 재래시장을 둘러보니 역시나 좌판하시던 할머니들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그것이 너무 좋았다. 

 

밭이 조금 남아있거나 텃밭이 좀 넓어서 손수 키운 야채를 파시는 좌판의 할머니들. 그중의 몇몇은 직접 키우신 것은 아니고 물건을 떼와서 파는 느낌이 있었지만 손수 키운 것이 많다. 오이 가지 상추 고추 등등 생긴 모양이 제 멋대로이고 진열도 자연스럽다. 가지런함보다는 제멋대로 진열되어 있다. 잘 고르는 사람이 임자인 그런 좌판에 널린 야채. 

 

이런 분들은 명절연휴가 끝나더라도 며칠간 더 보이지 않는다. 내가 우리 집 나물 반찬의 없어지는 속도를 보아하니 이런 분들이 며칠씩 쉬어도 되는 이유가 보였다. 그래서 명절 지나고 재래시장의 좌판 할머니들이 보이지 않는 이 명절 끝이 나는 좋은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편히 쉴 그 할머니들의 며칠 연휴. 얼마나 꼬실까? 할머니들이 노고가 느껴져서 더욱 그렇다. 

 

좌판 하시는 할머니들에게 물어보면

자식이 잘 벌고 먹고 살 돈도 주는데 심심해서 팔러 나온다. 

 

심심해서 팔러 나온다는데 어쩔 거야. 분명 텃밭도 심심해서 씨를 뿌리고 돌보았을 것이다. 수확이 났으니 또 천 원 이천 원 늘어가는 재미도 있었을 것이고. 자식들이 먹고 살만큼 주면 다른 취미를 찾았으면 좋겠구먼. 어쩔 수 없고, 다만 건강이 허락하지 않을 때에는 결코 오시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함이 있다. 내 할머니는 아니지만 인간애를 쓸데없이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정여사는 너무 깊이 알려고 하지 말라하신다. 그런 질문도 하지 말고. 다 이유가 있어서 하는 것이니 그러려니 하라신다. 정여사는 가방끈은 우리집에서 제일 짧은데, 항상 가방 끈 제일 긴 나를 삶아 잡수신다. 나이 먹으면 지혜가 절로 나오는 것일까. 

 

여하한 그 할머니들은 오늘도 안 보이셨다. 집에서 꼬신 연휴를 며칠 더 누리고 계실 터이다. 그것이 나는 참 좋다. 

 

좌판엔 이런 가지런함은 부족하다. 제멋대로 생긴 놈들이 많아서이다. 그리고 이렇게 물건이 많지도 않다. 종류도 적다. 좌판은 몇 가지가 자연스럽게 펼쳐져 있는 것이다.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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