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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story 우리 정여사

까치설날의 제사는 물건너 갔지만

by 전설s 2021.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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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설날의 제사는 물건너갔지만]

(출처:pixabay)

2021년 2월 12일 코로나 19 이후의 첫 설날 제사. 

 

2020년 가을인 추석까지 코로나가 갈 줄 몰랐었다. 작년 설에는 온 가족이 모였고 사촌들과 늘 하듯이 거대한 가족모임의 제사가 진행이 되었다. 그랬는데 추석에는 전체 가족모임의 제사는 각자 자기 집에서 선친들 제사만 모시기로 합의를 본 모양이었다. 그래서 작년 추석은 엉겁결에 지나갔다.

 

다시 설날이다. 우리 동네에서는 까치설날에 제사를 모신다. 그래서 전국의 사촌들은 그 전날부터 서둘러 고향으로 남들보다 하루 일찍 귀향하였다. 까치설날에 제사를 한번 모시면 되는데 우리는 분가하면서 시대에 맞지 않다고 선친이 까치설날 말고 본 설인 1월 1일에 지내게 하셨다. 그래서 까치설날엔 사촌들과 고향에서, 본 설날엔 우리 집만 제사를 모셨었다. 그러니까 추석엔 한번이지만 설날엔 이틀에 거쳐 제사를 모셔왔던 셈이다. 

 

사촌 모임에서 까치설날 제사가 취소되었으니 갑자기 연휴가 여유로운 느낌이다. 나라에서도 타 지역 가족들이라도 모임을 관장하지 않으니, 결국엔 가족들은 왔지만 제사 준비는 심리적으로도 실제로도 터무니없이 간소해졌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드니 준비할 음식량도 적고, 호주의 강력한 제안으로 음식의 종류도 택도 없이 간단해졌다. 

 

나물 5종과 생선구이 그리고 과일만으로 제사를 하기로 하고, 그 외에 준비하던 각종 종류의 제사음식은 모든 취소되고 그 여력으로 귀향한 가족들에게 신선한 해산물을 누리게 하였다. 지난 추석엔 전어와 멍게. 이번 설엔 광어와 굴. 서울내기들의 상추 고랭지 알배추 그리고 깻잎을 곁들인 해산물은 귀향에의 여러 가지 불편함 들을 모두 보상(?) 받게 하는 보람 있는 맛이었다. 

 

조상님들께서는 나물과 생선으로 식사하시고, 우리는 살아있는 광어 전어 등의 생선회 굴 멍게 등으로 해산물 식사를 하게 된 작년 추석과 설날. 진작에 제사상을 간소화 하려는 계획이 있었으니 차일피일 중이었는데 코로나 여파로 바로 실행하게 되었다. 그 점에서는 코로나가 일조를 하게 되어버렸네. 

 

코로나로 까치설날 제사는 문건너 갔지만 한편으로는 제사음식을 간소화시키는 계기를 주었고, 고향 온 가족들에게 우리 지역 맛을 원 없이 선사할 수 있었고 그것을 즐길 시간이 넉넉하게 주어졌다. 사실 사촌 모임의 큰 제사후엔 해산물을 더 풍성하게 먹아왔기에 우리 집에서는 굳이 준비하지 않았었는데...

 

세상에 정말 나쁘기만한 것은 없는 것일까. 

 

신축년 새해에 우리 가족들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아침이다. 

 

향은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끈이라고 한다. 향을 피우면 조상신들이 그 길을 따라 온다는. 나중에 혼자 제사를 지내야 할 날이 오면 향만 피울까 생각을 시작해본다. (출처:pixabay)

 

비공개구혼/전설/개인사/문화/까치설날제사/간소한 제사상/코로나19/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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