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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PRESENT & moments

옆 아파트 아주머니와의 건널목 대화

by 전설s 2024.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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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아파트 아주머니와의 건널목 대화]


어느 집 우편함. 요즘도 편지를 기대할까?



전에 살던 아파트 주민을 건널목에서 만났다. 지금 아파트와 5분 거리도 안되니 가능한 일이다. 이름도 모르고 몇 호에 사는지도 모른다. 다만 엘베에서 가끔 마주쳤던 분이다. 그래서 인사도 하고.



이사 온 지가 4년이 되어가는데 처음 만났고, 이사 간 줄도 모르니, 거의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야 한다. 안 보이더라!!! 네 이사했어요!!! 그런데 문득, 엄마는 잘 계시냐고 묻는다.



간단히 답을 했다. 그러자 그녀는 말을 이어나간다. 하다 보니 결혼해 왔을 때부터 시작해서 아픈 시부와 암 투병한 시모 공양한 이야기, 시동생들이 섭섭하게 한 일, 자신의 살아온 일생이 나온다. 시부모 돌아가시고, 이제는 자식들 부양 손주 돌보기 반찬해주기... 아마 십분지 일 정도만 말했을 것이다. 건널목에 서서 30분이나 대화를 했다. 그 여정에서의 그녀의 감정 판단 선택...



공감하고 위로하고. 무슨 일이람. 얼굴밖에 모르던 사람이 건널목에서 일생을 훑는다.



삶의 짐. 수고로움.




71세라 하시는데 60세로 보일만큼 건강하고 날렵하다. 자기 주도적 성품과 긍정적인 마인드가 돋보였다 그녀의 이야기에서. 30분만 들어도 눈치챌 수 있었다. 대화는 글이 아니라 말과 더불어 몸도 참여한다. 분위기도 참여한다. 건강한 여인이다.



자신을 잘 가꾼 여인이다. 삶도 건강도 자식도. 남은 날들이 더 행복하시기를 기원해 드린다. 그렇게 또 전화번호 주고받는 특이 행동 없이 아무런 미련 없이 각자 건널목을 건넌다.



여행을 하만 이런 일우 생긴다. 생면부지의 사람과 내면 깊숙이 묻어 둔 사건을 털어놓음으로써 치유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물론 적절한 상대를 마날 때 가능하지만, 일상에서보다는 기회가 많다. 건널목에서 이런 일이...


(그러고 보니, 친정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다. 하기사 30분은 짧다)


갈림길에 서서 선택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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