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아파트 아주머니와의 건널목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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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살던 아파트 주민을 건널목에서 만났다. 지금 아파트와 5분 거리도 안되니 가능한 일이다. 이름도 모르고 몇 호에 사는지도 모른다. 다만 엘베에서 가끔 마주쳤던 분이다. 그래서 인사도 하고.
이사 온 지가 4년이 되어가는데 처음 만났고, 이사 간 줄도 모르니, 거의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야 한다. 안 보이더라!!! 네 이사했어요!!! 그런데 문득, 엄마는 잘 계시냐고 묻는다.
간단히 답을 했다. 그러자 그녀는 말을 이어나간다. 하다 보니 결혼해 왔을 때부터 시작해서 아픈 시부와 암 투병한 시모 공양한 이야기, 시동생들이 섭섭하게 한 일, 자신의 살아온 일생이 나온다. 시부모 돌아가시고, 이제는 자식들 부양 손주 돌보기 반찬해주기... 아마 십분지 일 정도만 말했을 것이다. 건널목에 서서 30분이나 대화를 했다. 그 여정에서의 그녀의 감정 판단 선택...
공감하고 위로하고. 무슨 일이람. 얼굴밖에 모르던 사람이 건널목에서 일생을 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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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세라 하시는데 60세로 보일만큼 건강하고 날렵하다. 자기 주도적 성품과 긍정적인 마인드가 돋보였다 그녀의 이야기에서. 30분만 들어도 눈치챌 수 있었다. 대화는 글이 아니라 말과 더불어 몸도 참여한다. 분위기도 참여한다. 건강한 여인이다.
자신을 잘 가꾼 여인이다. 삶도 건강도 자식도. 남은 날들이 더 행복하시기를 기원해 드린다. 그렇게 또 전화번호 주고받는 특이 행동 없이 아무런 미련 없이 각자 건널목을 건넌다.
여행을 하만 이런 일우 생긴다. 생면부지의 사람과 내면 깊숙이 묻어 둔 사건을 털어놓음으로써 치유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물론 적절한 상대를 마날 때 가능하지만, 일상에서보다는 기회가 많다. 건널목에서 이런 일이...
(그러고 보니, 친정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다. 하기사 30분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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