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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HERstory 우리 정여사

가족과 관련하여 처음 느껴 본 형언할 수 없는 감정:위로가 필요해

by 전설s 2021.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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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관련하여 처음 느껴본 형언할 수 없는 감정: 위로가 필요해]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 줘. 전화를 해!!!(출처:pixabay)

 

친구가 보내 준 책(오지게 재밌게 나이듦/북하우스/2020)을 읽고 있자니, 시골 할머니들이 명절날 가족들 떠난 뒤의 쓸쓸함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정여사에겐 아들 둘이 있다. 그들은 서울과 경기에 살고 있는데, 설날과 추석날이면 온 가족을 데리고 귀향했다. 총각 때에도 늘 고향을 왔고 결혼하고서는 귀향을 빼먹은 적도 잊은 적도 없었다.

 

20대 말 어느 해의 일이었다. 

 

큰아들네가 맞벌이를 하겠다고 정여사가 와서 아이들을 돌봐주었으면 했다. 정여사는 평생 자신의 자녀들에게 남들처럼 잘해 준 것이 없다고 하면서 힘이 있을 때 가서 도와줘야 한다고 흔쾌히 고향을 떠났다. 

 

부모가 있는 곳에서 대부분 제사를 모시지만 정여사네는 시댁으로 전국의 사촌들이 모여서 조상신을 모셨다. 그래서 정여사가 고향에 없을 때도 아들들과 모두 함께 귀향하여 제사를 지냈다. 우리 집에서 지내고 큰 집으로 가서...

 

정여사와 함께 살 때는 아들들이 명절 후에 휘리릭 떠난 자리가 표시 나지 않았다. 갔나 보다. 명절이 지나갔구나. 그리고는 식구들 나간 뒷자리를 정리하는 게 수순이었다. 감정의 변화는 없었다. 

 

그런데 정여사가 아들네 집에서 살기 시작하고 나서는 명절 마지막 날에 정여사는 아들과 함께 고향을 떠났다. 두 번째부터는 괜찮았는데 그 첫해의 느낌을 적어보아야겠다. 

 

작은 아들 가족이 먼저 떠나고, 큰아들 가족들과 큰아들네로 떠나는 정여사. 가라고 인사를 해놓고 돌아서는데 이 세상에서 처음 느껴본 감정이 뇌를 감싸는 것이었다.

 

정여사를 비롯하여 가족들이 나를 버린 것도 아닌데, 이 텅 빈 가슴을 메울 길이 없는 것이었다. 

절대 혼자가 아닌데 혼자 남겨진 허망함. 

잡으면 바로 잡힐 무언가가 있는데 산산이 흩어진 느낌. 

손에 힘을 주고 집중하고 있는데도 손가락 사이로 뭔가 다 빠져나가는 느낌. 

 

지구 상에 문득 홀로 선 느낌이랄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데, 전혀 새로운 느낌이었다. 

 

요새는 농담 반 진담 반, 할머니들이 손주는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고 하지만, 이 책속의 할머니들도 남편(할아버지) 사후에는 혼자서 자식과 손주들을 명절 후에 떠나 보내었을 것이다. 그때 느꼈을 할머니들의 가슴 서늘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홀로 시골에, 고향에 어머니를 두고 갈 수밖에 없지만. 아들들과 딸들은 각자의 집에 도착한 후에 적어도 10분 이상 전화 통화를 해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조언하고 싶다. 엄마 집에서 아무리 애교를 떨었어도, 엄마가 아무리 건장하고 무심해 보여도, 각자 자기의 집에 도착하면 전화로 다시 긴 위로를 드려야 한다. 위로는 바로 이런저런 이야기다. 

 

물론 부모님이 두 분 다 생존해 계실 때는 다르다. 아직 혼자는 아니니까. 혹시 혼자되고 나서 첫 명절이 되면 귀가 후 반드시 그 영혼을 위로해 드리기를 바란다. 지구상의 모든 자녀들이... 홀로 되신 첫 명절 이후에는 더더욱 특히.

 

비공개구혼/전설/개인사/위로/명절 위/홀로 계신 엄마/외로움/오지게 재밌게 나이듦 p153

 

 

비자발적 외로움을 아세요 인간들이시여!!!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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