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사의 눈물 포인트]
드라마 눈물의 여왕을 보고, 울었냐는 질문에, 울지 않았다는 친구가 있다. 우리 정여사도 드라마를 보면서 한 번도 우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렇게 드라마를 많이 보셨지만, 그리고 같이 볼 때조차 한 번도 그녀가 눈물 글썽이는 것을 보지 못했다. 가슴속에 응어리진 뭔가가 없는 것일까. 드라마를 보고 울지 않으시니 실생활에서도 그랬을까. 그렇다. 우리 정여사는 평생에 몇 번 꼽을 만큼 우셨다. 친자매가 7명이었으니 그들이 모두 정여사 보다 먼저 삶을 마감했으니 그때는 우셨을 것이나, 직접 목격은 하지 못했다. 소식을 내가 없을 때 받으셨으니 이미 울고 나서 내가 못 본 것이다.
실제로 우는 것을 본 것은
남편사망. 그리고 장례 일정 기간 동안 그리고 화장장에서 들어갈 때 곡소리와 함께 우셨다.
큰 아들 사망소식을 듣자마자 가슴을 치며 우셨다.
그리고 삶의 어느 하루. 그 날은 정여사가 왜 울었을까? 여쭈어 보지도 못했다. 그녀 스스로도 기억이 안 날지도 몰랐다. 어느 평범한 하루였으니. 한 잔 하신 어느 날이었다. 그날 딱 하루 나에게 화를 내시기도 했는데, 평생 화를 내시지 않는 정여사의 화냄에 놀랐다가 나중에 보니 정여사가 울고 계셨다. 내가 대학 다닐 때쯤이었는데.
드라마의 슬픈 장면을 보면 눈물이 안 나냐고 여쭈면,
드라마잖아.
꾸민 거잖아.
하면서 냉정을 보이셨다. 정작 실제로 인간의 죽음에서는 눈물을 보이셨으니 눈물이 없는 분은 결코 아니었다. 다만 우는 기준이 강건하셨을 뿐. (생각해 보니 정여사의 큰 아들도 그랬다)
눈물의 여왕이 되는 나의 조건: 드라마 영화 보면서 우는 포인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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