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건 시작을 잘하지 않는다. 매듭을 짓기가 힘들어서 그렇다. 그러나 일단 시작하면 변수가 없다. 출근길의 걷기도 그러하다. 눈이 오건 비가 오건 자동적으로 늘 걷는 그 길을 걷고 있는 자신을 본다. 한 번 결정한 일에 이러쿵저러쿵 뭔가 선택의 시간을 또 보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삶 자체가 단조로워서 변수도 잘 발생하지 않는다. 천재지변도 변수가 되지 않는데, 무엇이 변수가 될 수 있을까.
출근길에 즐비한 카페 중의 하나에서 애견(아마도 반려견)을 동행해도 된다는 표시를 보았다. 건물은 3층이라 올려보니 3층 루프탑을 애견을 풀어놓고 차를 마시게 꾸며 놓은 듯하다. 얼마나 영리하고 재치있고 쌈빡한가. 반려 동물이 대세이지만 여전히 동물에 매우 호의적일 수 없는 사람들이 있으니, 서로를 존중하는 공동의 삶의 방식은 바로 이런 배려와 아이디어이다.
카페 이름을 보라. CLEVER. 카페 이름조차 clever(영리한, 재치 있는, 똑똑한, 현명한) 하지 않은가. 이런 아이디어 내는 인간들을 사랑한다. 미소를 주는 사람들. 번창하라.
지금도 이 비스킷이 판매되고 있는데, 클레버를 보고 있자니 문득 떠오른다. 여행을 갔는데, 친구가 과자를 이불속에서 소리를 적게 내려 애쓰며 먹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를 주고 싶지는 않은데, 비스킷이 내는 소리는 얼마나 사각거리고 큰 것인가. 궁금하여 그 친구에게 무슨 과자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가 "Ace"라고 했다.
아니 얼마나 맛난 것이길레, ace일까? 최고의 맛.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자. 그 친구 참, 그냥 이름 좀 알려주면 안 되나? 온갖 상상을 하였더랬다. 결국 꺼내서 둘이서 같이 먹는데, 비스킷의 이름을 보니, [ACE]였던 것이다. 처음부터 친구는 정직하게 비스킷 이름을 댄 것이었는데, 전설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편 것이다.
오늘 문득 클래버 카페의 clever 함을 보고 있자니, 문득 ace 비스킷의 이름을 고른 자의 마음이 느껴져서 혼자서 또 조용히 미소를 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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