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테라의 공간 감각 2: 희한한 식물 세계]
양쪽에서 두 군데에서 새 싹이 나기 시작한다. 오른쪽 잎이 조금 더 빨랐는데 잎이 풀리면서 자기 자리를 잡았다. 왼쪽의 잎은 며칠이 더 걸려서 잎이 풀리고 자리를 잡았다. 새 잎들은 삭이 살짝 올라올 때부터 공간을 정리하기 시작하나 보다. 어미가 될 가지는 옆으로 휘영청 누워서 새싹이 자랄 공간을 마련해 주는데, 어미 가지의 마음인지, 새로 차고 나오는 새싹의 기운 때문에 할 수 없이 옆으로 눕는지 알 수가 없다. 왼쪽과 오른쪽의 잎은 사실 원래는 한 부모의 자식이었으나 화분에 옮겨 심을 때 서로 독립하여 분가를 했음에도 공간의 나눔에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각자의 자리를 찾아간다.
어떤 원리로 공감을 감각하는지 참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 여러 가지 다큐를 보아왔지만, 이런 스토리를 엮어가는 다큐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나뭇잎들이 잎이 손가락처럼 벌어질지 혹은 벙어리장갑처럼 붙어 있을지 자라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결정되고 분화되어 마지막에는 풀리기만 하는 것도 너무 희한하다. 자라면서 주위 환경에 반응하여 이런 모양 저런 모양이 되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모양은 형성되어 나온다. 나오고 나서부터는 얼마나 싱싱하고 짙푸르게 오랜 기간 자라고 살아있을 것인가의 문제만 남는다.
옛말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라고 했던가. 떡잎에서부터 벌써 그 나중의 잎모양이며 나무의 전체적인 생김을 미리 상상할 수 있겠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농사를 짓고 식물을 키루면서, 조상님들은 얼마나 많은 관찰을 했을 것인가. 그러나 저런 속담도 오랜 세월 체득된 어떤 경험의 반영이 되고도 남는다.
신기한 식물 세계.
생리를 다룬 다큐를 좀 더 찾아서 공부를 해 보아야겠구나. 수경재배에도 살아남고 화분재배에도 살아남고 심지어 화단에서도 생명력이 질긴 이런 나무들, 나뭇잎들. 세상은 넓고 궁금한 것은 늘어나는구나.
몬스테라의 공간감각: 희한한 식물 세계
'EUREKA > COSMOS & na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다 보면서 멍 때리기: 바멍 (0) | 2022.01.31 |
---|---|
입춘이 지나면 속 편해지리라: 입춘대길 건양다경 (0) | 2022.01.12 |
[SNAP] 가로수의 월동 준비 (0) | 2022.01.05 |
인간의 손길이 이토록 깊을 줄은: 겨울의 가로수 조경 (0) | 2021.12.23 |
[SNAP] 빛/태양/문명/인상파 (0) | 2021.11.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