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뉴 암스테르담]
그녀는 청력이 없다. 들을 수는 없고 입술을 읽거나 수화를 한다. 그녀에게는 연인이 있다. 함께 사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서로에게 헌신적이다. 그녀는 사랑하는 그녀의 말하는 것을 듣고 싶었다. 수화를 통하지 않고도 그녀는 그녀의 목소리를 몸소 듣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그것을 알기에 연인은 수술비를 마련하여 그녀에게 "소리"를 선물한다. 인공으로 수술로 귀를 연다.
퇴원한 그녀는 행복하지 않다. 함께 사는 그녀도 스트레스이다. 평생소원을 이루어주었는데 왜 행복하지 않은 것일까. 왜 저렇게 힘들어하는가. 그래서 이 레즈비언 커플은 정신과 상담을 함께 받는다. 상담을 통해 결론은 이렇게 난다.
들리지 않던 시기에 그녀의 열망은 사랑하는 연인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그래서 공감하는 시간을 너무 기다렸다. 그리고 수술후에 너무 좋았다. 그러나 그녀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물론 연인도 의사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우리는 소음에 익숙해져 있어서 필요한 소리를 골라서 듣는 능력도 있고, 소음을 거를줄도 알고, 소음을 무시할 줄도 알고, 소음에 대한 내성도 있다. 그녀의 세계는 소음이 없던 세계였다. 우연히 알게 되거나 듣게 되는 것이 없는 세계였다. 그녀가 관심을 가지면 대상이 되고, 그녀가 집중을 하면 그녀의 것이 되는 세상이었다. 그녀의 선택에 의해서만 주어지는 세상이었다. 그러나 소리를 전부 듣게 되자마자 그녀의 뇌회로는 과부하로 괴로운 것이었다. 또한 소음처리가 되지 않아서 너무 힘겨운 세상살이를 해야 했던 것이다.
아주 어렵게 한 수술을, 아주 더 어렵게 복귀하는 수술을 감행한 커플. 이제 사랑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들었고, 그녀는 다시 소음이 없는 세상으로 진입한다. 그 고요속에서 그녀는 오랜만에 다시 평화로운 자신을 발견한다.
나도 소음에 매우 민감했다. 지속적인 작은 소음을 싫어한다. 고요를 사랑한다. 그래서 불 꺼진 화장실도 좋아한다. 그곳은 조용함이 있는 공간이다. 우리 집에서. 그 순간이 우리의 뇌가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순간이 아니겠는가. 디폴트 값이 0인 순간.
뉴 암스테르담이 소개해 준 이 에피소드에서 저 여인의 소음으로 부터의 자유에 대한 갈망을 이해한다. 나도 그 갈망이 있다. [플러스] 소리를 이미 한번 경험한 그녀의 뇌는, 소음으로부터 자유롭게 된 후에 얼마나 더 풍부하게 소리에 대한 감각이 살아났을까. 상상도 함께.
'SERENDIPITY > DRAMAS & film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시라 [돈 룩 업]: 혜성 진실 정치 은폐 최후 종교 존재의 가벼움 (2) | 2022.01.18 |
---|---|
오징어 게임의 괜찮은 놈 (0) | 2022.01.13 |
거울 뉴런: 고요한 과거. 설레는 미래 (0) | 2021.12.28 |
변함없는 자들의 마을: The land of Steady Habits (0) | 2021.12.26 |
바그다드 카페 (0) | 2021.12.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