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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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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도 명절증후군은 있다: 역지사지해야 하는 이유

by 전설s 2021.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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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도 명절 증후군이 있다: 역지사지해야 하는 이유]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멀쩡하던 사람이 명절이 다가오면 아프기 시작한다. 실제로 아프기도 한다. 그리고 명절에는 근육을 움직이는 일을 해야 하는데, 그 자세가 편안하지 않아서 근골격계가 약한 사람은 고통스럽기도 한다. 또한 시어머니와 친하지 않거나 스스로가 내성적이고 사회적이지 않은 사람들은 정신적으로도 피곤하다. 몸과 마음이 함께 피곤하니 지옥을 경험할 수도 있다.


왜 그렇게 사냐고?


대한민국의 명절 특징이 그렇다. 제사를 모셔야 하고, 제사 음식은 그냥 먹는 음식과 달라서 장보기와 음식 만들기가 만만치가 않다. 좋은 재료도 중요하고 요리도 일반 음식과 달리 해야 한다. 일반 음식도 젬병인데, 명절 음식을 시어머니의 아바타가 되어 하는 것이 쉬울 것 같소이까?


제사 음식도 그러하거니와 대가족이 몇 끼를 먹을 량도 상당하다. 종류와 양이 평소보다 막대하다. 그리고 끼니마다 밥그릇 국그릇 반찬그릇 등 산더미가 따로 없는 씻어야 할 그릇들. 식기 세척기가 있어도 버리고 분류하는 작업을 해 주어야 한다.


시어머니가 너무 좋고, 시월드가 아무리 좋아도 할 일은 기본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단 재벌가 며느리들처럼 일하는 사람이 따로 있지 않는 한 육체적 피로도는 정해진 양이 있다. 그러니 명절 전 증후군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직장을 다니는 여성이라면 명절 전 증후군이 없는 것이 이상하다고 평가해 주어야 한다.


육체적으로도 이미 그러하니, 그 것이 마음에도 영향을 미쳐서 우울한데, 실제로 시월드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가족이기는 한데 또 특별한 사회가 아닌가. 이래 저래 명절은 피곤한 것은 사실이다.


세상의 며느리들은 동시에 세상의 딸이다. 고생한 며느리들은 친정에 가면 며느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친정에서의 며느리들이 자신과 똑같은 처지에 있음을 상기하지 않는다. 때로는 나도 시댁에서 했으니 당신도 견디시오. 혹은 나는 시댁에서 힘들었지만 당신은 덜 힘들게 하시오.


우리 정여사는 출가한 아들들이 경기 서울에 산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미리미리 와서 제사 준비를 하였지만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니 그것도 여의치가 않았다. 그래도 가능하면 일찍 와서 시어머니를 도우려는 큰며느리가 있지만, 온 가족이 움직여야 하니 점점 시어머니에의 의존도가 높아진다. 그래서 정여사의 딸이 점점 며느리의 역할을 수용하게 된다.


정여사의 딸이 생각해보니, 며느리도 직장을 다니다가 고향을 오는데, 장거리를 와서, 시댁에 들어서자 말자 또 일을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결론. 정여사는 몸이 안 좋아서 휠체어를 타는 상황. 그래서 딸은 제사음식을 정말 간소화하고 본인이 준비를 한다. 그러나 아무리 간소하다고 해도, 딸에게도 명절 증후군은 있다.


명절 준비를 누가 하건, 그 준비과정이 있고, 실행의 과정이 있고, 마무리의 과정이 있다. 그 일에 관여하는 누군가는 필히 명절증후군을 겪는다. 그 것을 며느리가 겪는다고 무거운 것이 아니고, 딸이 겪는다고 가벼운 것이 아니다. 또한 평생을 해 오신 시어머니가 겪는다고 해도 여전히 명절증후군은 결코 가볍지 않은 질병이다. 실제로 명절을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이 행복하신 분도 있다.


실제로 해 보면 온 가족을 본다는 즐거움. 그들이 와서 평소에 먹어보지 않는 제사 음식을 먹는 것을 보는 행복. 그런 것들이 이 손 안에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뿌듯함. 행복과 즐거움과 기쁨도 명절증후군에 들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근골격근계가 일을 하는 것은 피할 수 없고, 나이 든 사람들에게 그것은 고역인 것이다. 젊고 건강한 사람도 그 자세로 일을 하면 몸살이 난다. 그래서 명절에는 과하게 더 고마워해야 하고, 과장되게 칭찬을 해야 하고, 듬뿍 용돈을 드려야 하고, 더 잘하려면 파스를 듬뿍 사다드리는 것이 최고의 효도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시어머니는 그 파스와 선물을 며느리와 딸에게 나누어 주면 그 집안은 술술 굴어갈 게다. 그나마. 명절증후군이 있지만...

어머니가 커피를 좋아하셨다고 제사상 한 켠에 커피를 올린다는 사람. 기억해 두어야지. 

[플러스]
현명한 사람은 제사 음식을 주문하고, 제사를 절에 모시고, 각자 자기의 집에서 음식을 나누어서 만들어 시댁으로 들고오고, 심지어는 제사를 없애기도 하고. 집집마다 각자의 변화를 추구하는 중이다. 우리도 정여사가 별이 된다면, 대대적인 변화를 할 예정이다. 사실 남자들이 더 잘할 수 있는데, 알고보면. 힘이 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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