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밤이에요! 제이크]
태초부터 밤은 아름다웠다. 인간들이 지구의 삶이 바빠서 눈치를 늦게 챈 것뿐이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밤을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끽한다. 4인 이하만 모이라 하니 소박하게 국가가 시키는 데로 순종하는 우리는 셋만 만났다.
삼겹살에 소주
치킨에 맥주
이 정도 아름다운 밤은 내가 언제든 선물할 수 있는데, 제이크는 나보다 통 큰 사람들의 대상이 되었다. 가정집을 개조하여 레스토랑을 선보였다. 세프는 멀리 유럽에서 요리를 배웠다고 했다. 요즘 젊은이들의 즐겨 찾는 트렌드로, 테이블 많지 않고 예약 손님을 주로 받는 작품 같은 공간.
방도 있다는데 우리는 홀을 배정받았다. 물론 예약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왼쪽으로 와인잔이 걸려있고 커피 추출기가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커턴을 드리웠지만 투명한 창은 바깥 공간을 안으로 들려놓는 역할을 한다. 시야가 훨씬 넓고 내부와 외부의 색조가 연결되어 훨씬 넓은 느낌을 준다. 좁지만 쾌적한 느낌을 주는 데 성공한다. 세프의 요리공간도 시원하게 공개되어 있다. 그 앞에 가서 요리과정을 직접 보지는 않지만 관심이 있으면 가까이서도 가능하고 멀리서 지켜볼 수도 있다. 주방은 세프의 작업 공간이 아니겠는가. 주방의 오픈은 세프의 당당한 자신감 아닌가. 훌륭한 작품을 오픈된 공간에서!! 부라보!!
코스요리가 대부분인데, 뭐랄까 고급진 레스토랑에서 서빙받는 느낌을 고스란히 가져왔다. 애피타이저부터 본요리 그리고 디저트까지 그림같이 담아서 각 그림의 재료는 무엇이고 어떤 맛이 나며,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하나하나 설명을 해 준다. 그것을 다 기억해서 소개를 하고 싶지만 작품의 아름다움에 정신이 팔려서 눈으로 즐기고 사진에 담다 보니 그럴 수가 없는 것이 아쉽다. [제이크 동래]로 다음에서 검색을 하니 저 하나하나를 선명도 좋은 사진과 함께 그 음식 하나하나를 잘 설명한 블로그가 있다. 한번 찾아 읽으면서 입맛 다시길.
맥주는 그것이 흠이다. 와인은 주문을 하면 열어서 향기라도 맡게 하고 나아가서 맛을 보게 한 뒤에 주인공인 우리가 OK을 내는데 맥주는 그 과정이 없다. 레스토랑은 서빙은 항상 친절하다. 무엇이든 다 해줄 듯이 다정하게 물어봐 준다. 상냥하게 웃으며
와인이라도 한잔 하시겠어요?
No라고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누군가. 오늘 이 시간 한 잔의 와인으로는 간에 기별도 할 수 없는 양이라 맥주를 1병으로 주문한다. 맥주를 고를 사이도 없이 벨기에 맥주라고 하면서 벌써 오픈을 한다. 각1병이 아니라 저 조그마한 잔에 따라 주었다. 비어갈 때마다 즉각 와서 채워 준다. 단 그 병이 빌 때까지만. 벨기에서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는 맥주였지만 맛을 좋았다. 우리는 각 1병으로도 모자랐는데, 주요리의 양과 견준다면 큰 사이즈로 셋이서 나눌 수 있는 적절한 양이었다.
오른쪽 아래는 커피잔이다. 오래된 기억으로 커피를 사발에 주는 카페가 있었는데 그 기억을 소환할 만한 넓적한 막걸리잔같은 커피잔이 사뿐히 앞에 놓인다. 크기만으로 행복하다. 이 잔 가득히 금방 내린 커피를 만나는 것이구나.
커피를 먹으면
잠 못잔다는 그녀는 오미자를 마시고
잠을 못자도 먹겠다는 그녀와
잠을 왜 못 자? 반문하는 그녀는
금방 내린 커피를 마시면 제이크와의 데이트를 마무리한다.
아름다운 밤이에요. 제이크!!!!
(JAKE는 레스토랑 이름이다. 당신의 저녁을 아름답게도 황홀하게도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런 곳. 이벤트가 필요한 밤을 선사하는 곳. Go and Have a great evening with JAKE at JAKE)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2차 없는 아름다운 밤은 존재하지 않는다. 치맥이다. 후라이드와 맥주가 있는 정말 소박한 곳에서 남은 아름다운 밤은 계속 불탄다. JAKE는 통 큰 손에게 고이고이 얌전히 결제를 양도하고 치맥은 올해 나의 큰 목적인 왕따면책권을 발동하게 강제했다. 아! 실천하는 삶은 행복하다. 너희도 행복하기를! Th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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