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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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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입이 많이 불편해: 신삼국지/정도전

by 전설s 2021.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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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이입이 많이 불편해: 신삼국지/정도전]

(출처:pixabay)

일반 드라마를 볼 때면 그간의 경험으로 스토리가 저리 되겠군 하면서 본다. 가끔 반전을 기대하기도 하고 실제로 반전이 일어나기도 하면서 관심을 끌어낸다.

역사드라마는 이미 결과가 나와 있기에 그 과정에 집중하면서 볼 수 있는 여유와 재미가 있는 반면에 반전은 없다. 역사의 그 순간에는 반전이 있을지라도 보는 나에게는 역사가 달라질 수 없으니 반전은 없다.

그러니 보는 이유도, 집중을 요해서 보는 관점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역사드라마의 누군가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보면 안달이 나서 정신 건강에 나쁘다. 감정이입을 하지 않으려 하고 누구의 편에 서지 않으면서 보려고 노력은 하지만 영웅의 죽음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신삼국지(2016년작, 95편)는 관우의 죽음(70편) 즈음에 일단 스톱을 했다. 책으로 그토록 감동을 주었던 관우가 영상물에서는 깊이가 덜 느껴지기도 했고 관후 사후에 삼국지의 영웅 몇몇이 죽기 때문에 일단 보기를 멈춤. 역사적 인물들의 사망 소식을 접하지 않기 위해서. 즐겁고자 보는 것인데 정신이 우울하고 싶지 않아서 일단 멈춤. 다음 기회에...

이후에 사림 출신이지만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하고자 했던, 자연사가 아닌 암살로 생을 마감하는 여말선초의 [정도전]이라는 드라마를 골랐다. 2014년작 50편. 정도전을 다시 보고자 함이었는데 의외로 반 이상을 고려말의 어지러운 상황을 매우 자세하게 잘 다루어 주고 있다. 조선 건국 이후의 사극 드라마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긴 여말 상황을 다룬 드라마가 의외로 반갑다.

나는 인간들이 투합하여 동지가 되는 여정을 사랑한다. 그 동지들이 이루어가는 세상이 원하는 데로 가는데에는 자신들의 삶을 넘어서는 시간을 요구할 지라도 조금씩 접근해가는 그 과정을 사랑한다. 드라마 [정도전]은 그 여정을 잘 그리고 있다 물론 조선 건국과 조선의 국가 경영의 기초를 마련하는 것을 보는 것은 덤이다.

신삼국지에는 정도전에 등장하는 사람 수를 압도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의 흥망성쇠가 나를 슬프게 한 반면에 [정도전]은 정도전에 집중을 하고 보는 가운데 주인공이 마지막 회에 죽는 바람에 감정이입을 한다 해도 그나마 견딜 수 있는 시간들.

사람이 일반 드라마건 역사 드라마건 감정이입을 안 할 수는 없는데, 반전이 없는 역사드라마의 주인공의 죽음을 내가 견디지를 못하네. 인간의 생명이 유한한데 왜 역사적 인물의 유한성에는 이토록 예민한가?

그들이 그 꿈을 이루었다면 그 다음 세대들은 얼마나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인가. 또한 그들이 일구어 놓은 것들이 미래의 사람들에게 모두 다 좋을 것이라는 이 믿음. 이런 것들이 역사적 인물의 생멸에 대해 내가 민감한 게 아닌가. 나의 선천적인 낙관성에 기인하여.

오늘도 자신이 살지 않을 미래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정치인들과 자기 분야의 열정가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감정이입해서 더 존경하겠소. 특별히.

역사드라마에서 우린 이미 이 길 끝을 안다. 역사안에 있는 반전만을 기대할 수 있다. 상상은 저당 잡힌채로 일단 저 길을 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이 끝나고 저당잡히 상상을 데려와 우리는 작업을 시작한다.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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