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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SERENDIPITY/DRAMAS & scenes

life or alive: Gray anatomy S1

by 전설s 2022.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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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or alive: Gray Anatomy S1]

(출처:pixabay)

[왕좌의 게임 시리즈]가 나는 좋았다. 느릿한 전개지만 화면 가득한 볼거리와 생각거리. 세트장 외의 촬영지를 언젠가 방문을 해 보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다. 그러다가 제작비가 많이 든 드라마 시리즈에 대한 뉴스를 보게 되었는데 의외로 회당 제작비가 최고로 많이 든 드라마는 그레이 아나토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래전에 보았다가 잊은 드라마였는데 다시 찾아보니 2005년에 시작되어 시즌17을 하고 있다. 거의 1년에 한 시즌씩을 하고 있었는데 나의 삶이 바빠서 몰랐다. 휴머니즘이 있는 의학드라마라서 다시 한번 볼까 하여 시즌 1을 열어보았다.

예전에도 1편부터 꾸준히 본 것은 아니고 간간이 기회가 되면 본 것이라 사람 관계가 헷갈린 게 있었는데 정리가 되었다.

2005년이면 지금으로 부터 16년 전이 아닌가.
작가는 특이하다. 그 옛날에 벌써 첫 회에 치매를 다룬다. 주인공 그레이의 엄마는 자타가 공인하는 훌륭한 외과의였다. 그녀의 이름을 딴 수술 방법이 있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정작 딸이 인턴을 밟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녀는 치매 환자가 되어 있는 설정이었다. 2005년에.

의학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어머니가, 그것도 의술을 날렸던 이가, 아무런 기억이 없는 치매 환자로 등장을 하다니. 치매는 그 사람의 화려한 과거를 한치도 고려해 주지 않는다. 깡그리 기억을 가지고 가 버린다. 주인공은 요양원에 엄마를 모셔놓고 굳이 남에게 알리지 않는다.

그레이가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병원에 환자가 있다. 뇌수술을 하지 않으면 몇 달을 살지 못한다. 그러나 뇌수술을 하면 기억 장애로 자기 자신과 가족에 대한 기억이 없을 확률이 높다. 환자의 부인은 수술을 하려고 하고, 그 앞에서 주인공 그레이는 심각하게 말한다.

환자가 자기 자신도 모르고 가족도 모를 것인데 수술을 하시겠냐고. 지금 이대로 남은 시간을 서로 사랑하며 공존하는 삶이 더 낮지 않겠냐고. 상냥하게 그레이에게 말을 걸지만 자신의 딸인지도 모르는 엄마를 보는 그 심정을 아는 그레이는 차마 수술을 하라고 하지 못한다. 아니 정체성을 잃고 가족도 잊어버릴 그 수술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자꾸 되묻는다. 정말 수술을 원하시는가?

치매란 기억 저장고가 빈 상태다. 우리를 동물로서의 생명체가 아니라 인간이게 하는 것은 "기억의 존재"이다. 몸은 기계처럼 작동을 한다. 심지어 뇌가 생각하는 기능도 그렇게 작용을 한다. 하지만 그 사람을 그 자신이게 하는 기억과 다시 만들어지는 기억은 회생하지 않는다.

그레이는 엄마의 형상을 한 사람과 대화는 한다.

그녀는 엄마일까. 아닐까?

인간으로서 살아있다는 것은 life(삶)이 있다는 것이다. 기억이 없는 인간으로 살아 있다는 것은 alive (죽지 않은 상태. 숨을 쉬는 상태)이다.

참 어렵다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p.s.
2008년 광우병 관련 소고기 수입파동이 있었을 때 내가 분노해서 촛불을 그토록 오랫동안 들었던 것은 광우병이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하고 삶을 이어가게 하는 데 가장 중요한 뇌를 침범하는 질병에 우리는 노출시키기 때문이었다. 또한 즉각적으로 해악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잠복기가 10년 정도.

나는 인간이 인간되게 하는 조건을 악화시키는 모든 것에 반대한다.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에 해를 주는 모든 것에 반대한다. 그래서 그레이의 저 고민이 가슴을 저민다.

여기 어딘가 내가 숨어 있다. 여기 어딘가 너도 숨어 있다. 그것을 찾아내지 못하면 우리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냥 숨을 쉬는 존재이다. 숨을 쉬는 존재인 너는, 나는 누구라 할 수 있는가. 당신은 당신이 아니라 "나의 누구"로 존재한다. 건강하게 살다가 죽기를 오늘도 소망한다. (출처:pixabay)


공개구혼/드라마/해외/그레이 아나토미 시즌1/치매/인간의 존엄성/정체성/광우병/뇌/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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