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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SERENDIPITY/TRAVELS abroad

I am pregnant: 비혼녀에 대한 임신축하

by 전설s 2021.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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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pregnant!: 비혼녀에 대한 임신 축하]

 

사진출처:pixabay

 

 

와우, 초콜릿이다!!!!

 

초콜릿이 유명한 이 나라에서는 초콜릿을 무게 단위로 사 와서 먹는다. 물론 포장된 것들도 많았다. 정말 종류와 맛과 모양이 다양한 초콜릿의 나라였다. 그 날 아침에 여태까지 보다 훨씬 다채롭고 양이 많은 초콜릿이 데이블 위에 가득했다. 

 

뭐지? 

꼭 무슨 일인가 물어보고 먹는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서 구성원들은 각자 도시락을 가져와서 테이블에 앉아서 먹어도 우리나라에서처럼 "맛볼래?" 혹은 "나눠 먹기"의 개념이 없다.  남의 도시락의 내용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러니 오히려 편하다.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먹을 만큼만 딱 준비해 와서 다 함께 먹어도 각자의 도시락만 먹기에 불편함이 없다. 남의 도시락 내용을 잘 보지도 않는다. 보아도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함께 먹을 요량이면 아예 엄청난 양을 가져오거나 공고가 뜬다. 점심을 준비하지 말라는 등의. 

 

그런 반면에 테이블에 놓여 있는 음식은 누구나 자유롭게 먹으면 된다. 물어보고 먹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그러나 물어보면 항상 "누구누구에게 자축할 일이 있어서"~~~ 그래서 전설은 꼭 물어보고 먹었다. 

 

그 날 아침은 다채로움과 좋아하는 초콜릿이라서 눈을 휘둥그레 해서 물으니, 00 박사에게 물어보란다. 나보다 나이가 훨씬 더 많은 분이었고 그 나라 현지인이었다. 나의 추측은 "아하, 결혼이구나" 싶었다. 

 

실험실의 휴게실은 매우 넓었다. 지하에 두 건물 사이를 이은 듯한 건물구조에서 두 건물 사이의 공간을 그냥 실내로 만든 것처럼 우리 휴게실은 정사각형이 아닌 기이한 구조였지만 넓고 좋았다. 중앙에 매우 큰 테이블이 놓이고 커피머신 등은 한쪽 벽에 있었다. 그 테이블에서 공동 미팅도 하고 티타임도 하고...

 

테이블 위에는 여러 가지 음식이나 과자 등의 간식들이 놓여 있을 때가 많았는데, 이유를 물어보면 자축의 경우가 많았다. 집에 좋은 일이 있어서, 남편에게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좋은 일이 있어서 등등. 주위에서 축하하는 일도 있어서 갹출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스스로 음식과 간식을 가져와서 자축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자축하는 사람들.

자기의 기쁨을 동료들과 나누는 사람들. 

 

00 박사에게 가서 물었다. 

좋은 일 있다면서요. 초콜릿이 한 가득한 것을 보니 매우 좋고 특별한 일 같은데....

맞춰보세요~~~

드디어 결혼하시는 건가요?

NOooooooo!! 다시 맞춰봐요!

(아, 미혼이신 분에게. 이미 박사인데... 임용이 되셨나@@)

아 뭡니까.

I am pregnant!!!~~~~

What!!!~~~!!!@@@@!!!

 

 

Happy pregnancy!!!!

 

 

그녀는 미혼이었다. 그런데 임신을 했다고 당당히 밝히고 모든 지인에게서 축하를 받고 실험실 가득히 초콜릿과 꽃으로 향기를 채우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언감생심. 결혼하지 않은 노처녀가, 배울 만큼 배운 박사가, 모범을 보여야 하는 사회적 지위가 있는 연구원이 어디 감히 임신 사실을 당당히 밝히고 축하를 받는단 말인가!!! 그러나 그것이 가능한 사회였다. 

 

결혼은 언제 하십니까?

결혼?

예!

계획이 없는데...

 

(애기 아빠는 저그 집에 살고 나는 우리 집에 살고, 가끔 만나서 밥 먹고 각자 잠은 자기 집에서 자고. 그녀의 설명이다. 동양인이라고 설명을 더 해 준 것이다). 마지막 질문을 부끄러워하면서 뒷걸음쳐 와서 커피 가득히 담아서 초콜릿을 음미해본다. 머리는 생각을 정리하느라고 복잡했지만. 

 

그 나라에서는 미혼모이어도 그 미혼모나 아기가 차별대우를 받지 않았다. 제도적으로 불이익이 하나도 없다. 부부가 결혼하여 태어난 아이와 하나도 차별이나 불이익을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는 엄마의 성을 따라도 되고 아빠의 성을 따라도 된다. 아이는 아무런 죄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태어나는 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어 자라면서 불이익이나 차별등의 불편함을 겪어야 한단 말인가. 인간의 존엄성은 그 부모가 누구이건 간에 부여되는 것이고 국가는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자라기를 도와주면 되는 것이다. 또한 인구수도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그렇게 그녀는 당당한 축하를 받았고 초콜릿과 커피의 향연을 즐기면서 전설은 고정관념을 버리는 작업을 하였다. 새로운 인간관과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았던 사회적 통념의 근거. 상대적이어도 되는 가치관과 절대적이어야 하는 가치관에 대하여 또 생각해보는 것이었다.

 

초콜릿과 커피의 조합은 머리를 싱싱 돌릴 수 있다는 것. 참 많이 먹었다. 뇌가 엄청난 활동을 한 시절이다. 

 

 

초콜릿 한 조각에 새로운 생각하나. 그렇게 생각은 늘어가기 시작했다. (사진은 pixabay)

 

[플러스]

공부하던 도시의 옆 도시로 여행을 가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현지인 할머니뻘 아주머니와 대화를 하게 되었다. 딸네 집에 가는 길이라 해서 딸에 관련하여 이런저런 짧은 수다가 오고 간다. 딸이 자녀가 3명이라고 했다. 그래서 사위는 무슨일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딸이 결혼한 것은 아니라서 사위라 할 수는 없단다. 결혼은 안했지만 자녀 셋을 함께 키우고 잘 산다고 한다. 

 

왜 결혼을 안하고 자녀를 두었냐고 물으니, 결혼은 하면 세금도 많이 내야 하고 뭔가 복잡한데 동거인으로 살면 자녀 교육이고 복지혜택이고 더 좋았으면 좋았지 나쁜게 없으니 결혼 안하고 동거로 세 자녀 잘 키우고 산단다. 그런데 때가 되면 결혼할 생각도 있는 것 같더라 하면서. 

 

참 발랄한 사람들. 이 나라 사람들은 외국에서 입양을 해서 많이 키우기도 했다. 자녀가 있는 사람도 입양하고 자녀가 없는 사람도 입양을 하고. 국가에서 입양자녀 포함해서 복지 혜택이 수두룩하여 자녀가 많을수록 더 많은 혜택이 있어서 어떤 집은 둘 셋도 입양을 한다고 했다. 참 발랄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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