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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HERstory 우리 정여사

너 곤란할까 봐 그렇지: 자식을 존중해 주셨던 정여사

by 전설s 2024.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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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곤란할까 봐 그렇지: 자식을 존중해 주셨던 정여사]

 
 
모임이 있는 날은 그 전날부터 미리 우리 정여사에게 고지가 된다. 정여사의 나이가 깊어짐에 따라 기억이 저하되기 시작 전에도 귀가가 늦는 날은 며칠 전부터 고지가 되고 당일날 아침까지 미리 알리고 집을 나선다. 습관이다. 
 
그런데 어쩌다 예약되지 않은 약속이 발생할 때에 미처 전화를 못 드리고 늦는 날이 있다. 제법 늦은 시각에 전화도 없고, 미리 예고된 늦은 귀가도 아니면 걱정이 되기도 할 터이다. 그래서 귀가를 하면, 늘 물으셨다. 

왜 늦었느냐?
를 물은 적이 없으셨다. 늦은 이유는 정여사가 판단하기로 자신이 관여할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 전화를 안했느냐?
가 정여사의 질문이다. 전화를 안 해서 자신이 염려를 하고 있는 것은 자신이 관여된 영역이라서 그렇다. 
 
타이밍을 놓쳐서 그렇습니다. 
이제는 내가 묻는다. 
그리 염려를 해서 심장이 상할 일이면, 전화를 먼저 하셔도 되지 않습니까 정여사님!!!
 
중요한 모임 중인데 내가 전화를 하면 실레가 되지 않겠느냐. 또한 집에서 전화가 오고 그러면 좋으냐. 믿고 기다리면 되는 것이지. 
 
곤란하지 않으니까 다음부터는 노심초사 말고 전화를 하시라. 
 
우리 정여사는 자식이 중요한 모임 중인데 전화 따위를 받게 하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지 않기를 원했다. 자식 체면을 깎는 일이라 생각하셨다. 미리미리 내가 고지를 하기 때문에 전화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이 서로에게 불문율처럼 습관화되어 있어서, 어쩌다 급작스런 약속이 있는 날은 이런 해프닝이 한 번씩 일어나곤 한다. 
 
어버이날이 다가오고 있다. 당신 가시고 처음 맞는 어버이날. 감사했어요 엄마!!!!

 

정여사를 추억하며 울지 않는다. 그냥 인간의 여정이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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