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SERENDIPITY/TRIP domestic

장사진: 여행의 폭에 대한 단상

by 전설s 2024. 1. 8.
반응형

[장사진: 여행의 폭에 대한 단상]


곤도라 탑승 기다리는 장사진. 덕유산 설천봉을 향한 기다림.


삶을 매우 열심히 살고 있을 무렵엔 정말 바빴다. 그야말로 시간별로 하루 일정을 짰다. 12월이 되면 하루 일과를 시간별로 기록할 수 있는 수첩을 찼았다. 1년을 사용하기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절약하고 편리하고 싶었기에.

그때의 여행 개념은 이랬다. 여행조차 목적지향이었다.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긴장하는 것이다. 어쩌다 어떤 사유로 길이 막히거나 사람이 늦거나 등등으로 목적지에 계획한 시간에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되는 모든 상황을 스트레스로 인식했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해야 여행이 시작되는데 말이다.

이제는 달라졌다. 여행의 시작은 집의 현관문을 나서면서부터 시작된다. 엘르베이트를 기다리면서 여행가방을 보는 순간부터다. 캐리어가 없다면 엘리베이터 기다리며 이 신발은 여행에 적합한가 하고 일별을 주는 순간부터다.

위 사진은 덕유산 설천봉을 가가 위해 곤돌라를 기다리는 줄이다. 그야말로 장사진. 장사진이라는 말을 예전에 알았다. 뱀처럼 긴데, 심지어 고불고불하면서 길게 늘어 선 상태다. 그런 의미인데,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지휘하는 해전을 보면서 장사진과 학익진을 본 이후에 삶에 적용하기 시작한 단어. 장사진으로 일본군을 무찌르던 그 장쾌함.

각설하고, 예전이면 장사진을 치며 기다려야 하는 이 상황을 매우 싫어했을 것이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이런 기다림, 할 일 없음, 빙판 위에 아이젠 없이 미끄러지며 한 발씩 나가는 불편함. 이 모든 것들을 여행의 본질로 받아들인다. 재미로. 집 나오면 고생이지. 여행은 이런 거야.

이만큼 진전한 것도 훌륭한데, 더 새로운 개념 확장을 경험한다. 유럽의 친구들은 세금을 급여의 반쯤 낸다고 할 만큼 국가가 가져간다 그 대신 연금제도가 확실하다. 그래서 이들은 노후 생활 준비에 대한 걱정에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그들은 1년에 4주는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그 휴가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하여 관심이 많다. 예를 들면, 그들에게 여행은 1년의 즐거움이다.

4주를 보낼 여행지 찾기/여행지에서 할 일 만들기/여행지  조사하기 /먹거리 볼거리 할거리/일행 구하기/서로 대화하기로 몇 달을 보낸다.

여행을 간다.

다녀와서 추억으로 또 많은 대화를 한다. 그리고 나면 또 내년 계획을 시작해야 한다.

그들은 한 해가 여행과 휴가와 맛 물려간다. 물론 직업에서의 성취는 각자의 몫이다. 여행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일정이다 보통.

그들을 보면서, 여행은 집을 나설 때부터가 아니라 여행을 가고자 마음먹은 그날부터, 여행을 마치고 집에 와서 사진 정리를 마칠 때까지 그 여명의 시간과 그 여운의 시간을 총망라하는 위대한 과정이라는 개념 확장을 했다.


문득, 내 삶 자체도 지구별 여행이 아닌가 싶다. 내가 지구별 여행을 기획하였는가에 대한 확신은 없다. 이는 더 연구해보아야 한다. 그러나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그냥 지구별에 내던져진  존재라 해도 내 삶에 대하여 주인의식을 가지고 마치 내가 지구별에 여행 오기를 기획한 것처럼 지구별 여행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이 여행을 죽음이라는 목적만 보고 가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죽음에 이를 때까지 단디 느긋하게 걸어가야 하는 것이다. 보이는 모든 것에 눈길주며... 죽음이라는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고자 뛰어가고 싶지는 않은 아침이다.

여행은, 마음먹기에 따라, 많은 불편함 들도 수용할 만한 그런 여정일 지도 모른다. 여정 자체가 삶이고 목적일 지도.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