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라는 선물을 준 쌍계사 벚꽃 십 리 길]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의 벚곷 십리를 꽤 여러 번 걸었다. 친구들과 오기도 했고, 혼자 오기도 했다. 혼자 온 경우가 더 많았다. 그것은 벚꽃이 바람에 살랑거리면서 떨어지는 그 꽃길을 십 리, 왕복하면 약 20리 즉 4-8km를 신호등 없이 걷는 즐거움도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왔던 몇 해 전에는 만개당시에 비가 살짝 오면서 꽃비가 더 장엄하게 그 길을 장식했었다. 그게 고비였을까. 이제 벚꽃들의 대 항연에 대한 갈증과 감동이 정리가 되었음을 인식한다.
나이들면 먼 여행이 힘들다고, 젊어서 여행을 했다.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는 판단이다. 많이 보았기에 이제는 동영상 속에서 공간적인 느낌과 시간적인 느낌을 연상을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연상하고 상상할 수 있는 곳은 굳이 안 가도 이제 마음이 편안해졌다고나 할까. 이 갈증들이 해소가 된 것을 알았다. 특히 이번 벚꽃 십리를 걸으면 내린 결론이다. 벚꽃뿐만 아니라 여행 자체로 부터 해방이 되었다는 것을 알겠다.
문득 헤아려 두었던 지도를 본다. 방문했던 곳과 남아있는 날들에 방문을 하고자 하는 곳을 표시해본다. 더 이상 다니지 않아도 될 만큼 다녔구나. 죽을 때까지 다녀도 세계를 다 다닐 수는 없겠구나. 우리나라도 다녀야 하는데 말이다. 그런데 23년 올해에 벚꽃길을 걸으면서 알게 된 것은, 색깔이 칠해지지 않은 지구와 죽기 전에 가고자 표시한 색의 나라와 시간 되면 한 번 더 가고픈 나라를 굳이 발로 다시 밟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갈증이 해소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코로나 시절을 3년 지나면서 안방에서도 동영상으로 충분히 즐기고 느낄만한 방법을 찾았고 그것이 효과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자유를 얻게 되다니. 가고 싶으면 가고 가기 싫으면 안방에서도 충분히 행복한 그런 자유를 내가 깨치다니. 23년의 벚꽃 20리 걷기는 이렇게 역사적 의미를 남긴다. 여행의 의미와 목적과 가치를 재설정해야 하는 날을 맞았다. 20대에 생각했던 그대로: 젊어서는 발로 구경, 늙어서는 동영상 구경. 현실이 되었다. 인간의 상상의 동물이니 뇌를 잘 활용하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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