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에 당한 우리의 삶 : 밀리언 달러 베이비] 짧고 굵게 살아도 좋았네라.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깊이 있게 나이 든 배우의 모습을 보인다. 주름이 늘고 매우 깊어졌으나 건강함을 놓치지 않는 모습으로 나이를 먹었다. 얼굴에 각종 시술을 한 흔적은 없고 그대로 늙었는데 그 깊은 주름 속에서 건강함을 느낀다. 강인 함이라고 해도 되겠다. 몸도 아직 날렵한데 다만 배우는 나이를 비켜가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늙었다. 그 배우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영화였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여성 복서에 대한 내용이 아니었다. 그것은 삶에서 내가 바라는 것과 하고 싶은 것 그리고 함께 행복한 기억을 준 사람과의 만남과 함께한 시간에 대한 영화였다.
여성은 권투가 너무 하고 싶었다. 무작정 도시로 올라와서 유명 트레이너가 운영하는 체육관을 간다. 트레이너는 훌륭하지만 체육관은 경영이 원활하지 않을만큼만 돌아가고 있다. 키우는 선수가 하나 있었는데, 챔피언 타이틀도 가지고 싶고 돈도 벌고 싶어서, 트레이너를 버리고 떠나 버린 후에는 딱히 키우는 선수도 없는 상황. 트레이너는 자신의 트레이닝 원칙이 있고, 따르지 않는 선수는 언제든 떠나라고 하는 나름의 원칙이 있다. 그래서 그 키우던 선수가 떠나도 잡지 않는다.
나이가 많기도 하여 트레이너로서 은퇴를 해도 되지만 한 명의 선수를 키우고 있었는데 그가 떠나자, 절대로 여성 선수는 키울 마음이 없던 그가 마음을 열고 그녀를 자신의 선수로 받아들인다. 그는 선수를 가족으로 여긴다. 아니 혈육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절대로 자신을 상하게 하는 경기내용을 만들지 말라고 가르친다. 언젠가는 선수 생활을 그만두어야 하는데 몸이 상해서 남은 삶이 망가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무리한 경기를 잡지 않는다. 물론 트레이닝은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 여성 복서는 31살. 남들보다 10년도 넘게 시작하는 권투이지만 열정이 있고 노력이 있고 재능도 있음이 결과로 나타난다.
트레이너와 여성복서는 서로 선수와 트레이너로서 궁합이 맞다. 각자의 탁월한 재능이 만나서 환상의 팀을 이루고, 여성 복서는 낮은 경기부터 시작하게 되는데 거의 연승이다. 그리고 1회에 거의 KO패를 만들어 낼 정도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챔피언 타이틀전에는 천천히 데뷔 시키려는 트레이너. 챔피언 타이틀전에 나가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고, 그 돈으로 할 일도 많지만 트레이너의 의견을 수용하는 여성 복서.
챔피언 타이틀전에 번 돈으로, 자신의 일생에 절대로 도움된 적이 없는 가족들, 특히 엄마를 위하여 엄마 고향에 집을 산다. 자기가 살 집을 산 것이 아니라 엄마가 오빠랑 여동생이 살 수 있을 집을 사 준다.
선물로 집을 소개하지만, 엄마는 정부보조금이 끊기는 것이 더 싫다. 또한 헬스 인슈런스의 혜택이 줄어들 것도 싫다. 그래서 먼저 물어보고 구매하지 않았다고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무슨 돈으로 샀는지, 딸이 복서가 되었는지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심지어 여성 복서가 생활비를 더 많이 보내겠다고 해도, 복서가 여성스럽지 않은 직업이라면서 창피해한다.
가족에게는 돈을 얻을 호구로서만 인정을 받는 여성 복서. 그래도 권투가 좋아서 매진한다.
챔피언 타이들전에서 만난 상대 복서와 그 매니저는 스포츠맨십이 없었다. 심판이 보지 않는 위치에서 규칙을 어기고 여성 복서를 가격한다. 볼 때조차도 반칙을 해서 경고도 받지만, 이미 여성 복서는 상처를 입게 된다. 한 대 더 맞게 된다. 주인공인 여성 복서의 승리를 앞둔 찰나에 상대 복서가 날린 반칙 한방에 의해 쓰러지면서 의자에 부딪힌 주인공 여성 복서는 경추골절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경추는 수술로도 그 무엇으로도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라 전신불수로 살아가야 하는 처지가 된다. 움직이지 못하여 생기는 욕창이 이곳저곳에서 생성되기 시작하다가 급기야 왼쪽 다리를 절단하게 되는 여성복서. 트레이너는 매일 그녀에게 와서 위로도 하고 책도 읽어 주고 대화를 하지만, 개선의 여지는 1도 없다. 여성 복서는 결단을 하고, 트레이너에게 안락사를 부탁하지만, 트레이너는 능력은 있으나 면허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녀는 그에게 부탁을 한다.
지랄 같은 인생이었지만 좋아하는 복서를 하게 되었다. 모든 경기를 이긴 즐거운 경험이 있다. 좋은 트레이너를 만나서 행복한 선수 생활을 했다.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 혼자 호흡도 못해서 산소호흡기를 단 채로 이렇게 살 수는 없다. 그러니 당신이 나를 잠들게 해 달라.
마지막 경기에서 백만달러의 상금이 걸렸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그렇게 애원을 해도 되지 않자, 스스로 혀를 깨문다. 전체 마비임에도 말은 할 수 있어서 혀만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상태이라, 자신으로서는 최선을 다한 자살이었다. 2번을 시도했음에도 실패를 한다. 간구한 그녀의 설명에 트레이너는 그녀에게 천국을 선물한다.
마지막 주사를 놓기 전에 작별인사로, 트레이너가 선수에게 마련해 준 가운에 적혀 있던, 그래서 자신의 별명이 된 "모쿠술라"가 무슨 뜻인가 물어본다.
= 근데 모쿠슐라가 무슨 뜻이에요?
= 내 사랑, 내 혈육
눈가로 눈물 한 방울 떨어지면서 트레이너는 여성 복서의 빰에 마지막 뽀뽀를 한다. 굿바이. 수액제 관으로 수면제가 몰려간다 다시는 깨지 않아도 좋을 만큼. 그리고 트레이너도 사라진다. 그는 주사기를 두 개 준비했었다. 영화는 그 끝은 보여 주지 않는다.
여성 복서가 34살 정도의 나이에 후회 없는 삶이었다고. 좋은 사람으로 함께 해 주어서 감사하다고 하면서 삶을 놓을 수 있는 마당에, 은퇴할 나이도 훌쩍 넘은 노신사 트레이너는 이 삶에 무슨 여한이 더 남았을까. 그래서 그도 천국을 향해 방향을 잡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고 이해하고 존중해 주었던 사람들. 서로에게 좋은 지우였다.
영화는 반칙이 무너뜨린 한 인간의 삶을 보여 준 결과가 되었다. 그것은 복싱 경기였지만 상징적이다. 우리가 길고 짧은 인생의 길을 갈 때에, 원칙과 상식이 무너진 곳에서 행해진 어이없는 반칙이 불러일으키는 반칙은 어마어마한 결과를 낳는다. 작게는 무릎에 피가 날 정도이겠지만, 이 영화에서 처럼 쓰러져 의자에 부딪혀 경추를 잃으면 숨은 붙어 있으나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할 수 없는 무서운 결과를 낳게 된다. 다른 예에도 아차 하는 순간에 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된다. 여기서도 결국은 자살을 시도했고 결국은 안락사에 임했다.
상식과 원칙이 있는 세상을 원한다. 상대 복서와 그 매니저는 돈에 눈이 멀어 반칙으로 승리를 거머쥐고자 했다. 그들도 경추 손상으로 주인공 복서가 죽음에 이를 정도의 부상까지는 상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작게는 그날의 경기만을 이기기를 원했고, 악하게는 KO패를 먼저 시킬 수 있을 만큼의 부상을 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진행되지 않는다. 그들은 승리를 할 수 없어서 돈을 잃었겠지만 당한 사람은 삶 자체를 훼손당한다. 원칙과 상식이 너무 소중한 세상이 되었다. [플러스] 주인공 복서에게는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었던 아버지 같은 존재가 있었기에 그나마 그 삶이 행복했다. 실제의 핏줄도 주지 않았던 따스한 사랑과 존중을 경험하고 이 세상과 이별할 수 있었기에 그녀가 삶의 문을 닫을 때조차도 너무 우울하지는 않았다.
'SERENDIPITY > DRAMAS & film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펑펑 울고 싶은 날을 위한 영화:죽기전에 듣고 싶은말/안녕, 헤이즐/버킷리스트 (0) | 2021.11.30 |
---|---|
스마일 라인: The Golden Age (4) | 2021.11.28 |
갇히면 안 보인다: 페이퍼 캄퍼니 다룬 시크릿 세탁소 The Laundromat (0) | 2021.11.10 |
친구의 조건 : 빅토리아 앤 압둘 (0) | 2021.10.31 |
좀비 영화는 왜 볼까?: 킹덤 아신전 special episode (0) | 2021.10.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