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마지막 문명 발생지 남미를 여행하다. 은퇴 자축 기념]
여행을 하는 수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에게 각기 다르기도 하고 같기도 한.
남미를 34일간 여행을 했다. 물론 집에서 출발해서 정확하게 같은 지점으로 돌아온 시간을 합해서 34일. 남미에서는 27일 내지 28일 머물렀을 것이다. 유럽에서 4년간 유학을 하면서 유럽 여행을 했다. 그곳에서 이집트와 그리스와 터키를 여행했다. 유럽에서는 그 누구라도 연 4주는 쉬어야 하니까. 그 기간을 이용하여 유럽인들은 여행을 했다. 우리 유학생들도 여행을 했다. 혹은 가끔 귀국해서 볼 일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귀국은 잘하지 않았다. 결국 돌아갈 곳인데 귀가 휴가를 낭비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귀국을 해서 다시 인도여행을 했다. 인간의 역사에서 문명의 발상지를 먼저 둘러 봐야겠다는 목적이 있어서 그렇게 진행이 되었다. 이집트-중국-그리스-인도-터키-이스라엘. 물론 이스라엘은 남미 이후에 갔지만, 인간이 지구 상에서 생겨 나 문명을 이룬 곳. 다시 말해서 사람이라는 종에서 인간으로의 진화를 이루어 낸 그 장소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이루었다. 그 척박한 땅에 혹은 비옥했을 땅에 앉아서 역사책으로 읽은 과거를 호흡하고 영상에서 본 곳을 눈으로 확인하는 작업.
행복했다. 그런데 남미는 지리적으로 매우 멀어서 갈 기회가 없었다. 2017년 대선이 끝나고 실행에 옮겼다. 직장을 그만두고 일단 떠났다. 나름 은퇴를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를 계획하는 와중에 그 기념으로 남미를 택했다고 해 두자. 여행도 하고, 남은 삶은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꾸려 갈 것인가도 점검하고 그려보고 실천 방안도 고려하는 길고도 소중한 여행이 될 것이었다. 관심을 가졌던 정치라는 영역을 접고 다른 방식으로 다른 영영에서의 삶을 또 기획하는 것이다. 유럽에서 귀국할 때 그랬던 것처럼. 삶에는 각 챕터가 있다. 책은 한 챕터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34일은 길고도 짧았다. 잉카문명을 만나고 왔다. 그리고 남반구를 다녀왔다. 신기하지 않은가. 북반구와 남반구를 다니다니. 다음 여행의 테마는 지질 공부를 좀 하고서 지질 여행을 떠나보는 것이다. 남미 여행은 인간의 위대함을 발견하고 음미하기 위한 "문명 발상지를 돌아보다"였다고 한다면, 남은 여행의 목적은 그런 인간을 품어 준 "지구 그 자체"가 되지 않겠나 싶다. 풍광과 자연과 그리고 지구를 만나러 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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