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과 나누는 희한하게 자유스러운 대화: 홀리데이트]
우리나라에서도 명절증후군이라는 것이 있다. 며느리들에게는 스트레스성 근육통과 두통 등이 발생을 하게 되는 것이지만 나이 든 싱글들도 명절이 불편하다. 결혼에 관한 질문을 늘 따라다니니 말이다. 물론 취준생은 또 그 나름의 고민, 진학을 앞둔 고3은 대입 여부에 관한 질문 등등 각 세대마다 어려움이 있다. 관심 어린 이런 대화가 스트레스가 되어 버린 지 오래되었다.
외국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인간이라는 공통성 하나만으로. 영화 홀리데이트에서 슬론은 나름 노처녀이다. 골드미스까지는 아니더라도 혼자서 잘 살아가는 사람이다. 물론 연애도 하지만 명절 전후에는 혼자일 때가 많아서 명절에 모인 가족들은 늘 그녀의 연애나 결혼에 대하여 과한 관심을 가지고 대화하다가 결국은 기분만 망하고 만다. 그것을 피하려면 명절에 남자 친구를 대동하기만 하면 된다. 불문율처럼.
우연히 만난 잭슨은 연애는 하지만 깊은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슬론과 holiday에만 각종 행사에 함께 참여도 하고 데이트를 이어가는 홀리데이트를 하기로 합의한다. 물론 holiday의 중간에는 만나지 않는다.
정식 연인 사이가 아닌 슬론과 잭슨은 서로 눈치 보지 않고, 잘 보이려고 애쓰지도 않으며 아주 솔직하게 대화를 이어간다. 매사에 서로 당당하게 생각한 바를 허심탄회하게 스스럼없이 대화를 이어가게 된다.
일반 데이트에서는 대화할 때 고려 사항이 많다. 그러나 holidate(holiday date) 상대에게는 기대하는 바가 없고 함께 할 미래를 도모할 필요도 없고 상대가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에 대한 배려를 안 해도 된다. 오로지 현재를, 오늘을, holiday를 즐겁게 보내면 된다.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즐거움은 배가된다. 자신의 의견도 당당히 주장하고 밝혀도 된다. 상대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어떤 경험이나 트라우마를 가졌는지에 대하여 심사숙고하지 않아도 된다. 대화만이 즐거운 것이다. 현재가 소중한 것이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언제 이런 대화의 기쁨을 느낄 수가 있을까?
바로 여행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이런 대화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대화가 너무 자유롭다. 대화 그 차체가 소중하다. 대화의 내용에 대하여 거리낌 없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런 심각한 얘기는 하지 맙시다""골치 아픈 얘기는 하지 말죠"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심각한 주제는 심각하게, 어려운 주제는 솔직하게 배우면서 대화에 참여한다. 물론 자신의 취미와 신념에 맞지 않으면 조용히 자리를 뜨면 된다.
물론 혼자 가는 여행에서 이런 기회가 더 많다. 그런 것이 여행이니까. 여행지에서 사람들은 감성의 문을 연다. 이성의 문을 연다. 꽁꽁 숨겨 놓았던 경험도 끌어낼 기회도 있다. 다만 아무도 모르는 처음 만난 사람이어야 하고, 다시는 볼 일이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드라마 시리즈도 아니고 100분 남짓한 영화 홀리데이트에서 슬론과 잭슨의 대화를 보며 문득 여행 다니던 날들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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