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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SERENDIPITY/DRAMAS & films

영화 같지 않는 영화: 리암 니슨의 어니스트 씨프2021

by 전설s 2021.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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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지 않은 영화: 리암 니슨의 어니스트 씨프]

리암 니슨 2021년 (1952년 생)

한 인간이 있다. 그의 탄생과 죽음까지의 긴 여정을 몸의 변화 아니 얼굴의 변화로 우리가 관찰할 일이 있을까? 더구나 나보다 먼저 간 자녀가 아니라 80여 년을 살고 간 사람 중에서라면 겨우 부모님의 일생 정도가 아닐까. 그것도 시대적으로 찍어 놓은 사진을 쭈욱 나열하는 노력이 있어야 관찰할 수 있는 지점이다.


[베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는 한 영화에서 벤자민 버튼의 얼굴을 포함한 몸의 변화가 그려지기는 했다. 그러나 그것은 영화의 소재이다. 우리의 시간은 아기로 태어나서 할아버지나 할머니로 노화되어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우리와 진행 방향이 반대다. 그는 쪼글쪼글한 할아버지의 형태로 태어나서 시간을 살다가 아이가 되어 생을 마감한다. 어쩌면 정신과 육체의 동시적 성장이 아니라 역방향의 성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만.


시간의 방향을 논하는 것은 다음에 한번 해보겠다. 벤자민 버튼의 얼굴과 신체의 변화를 그린 그것은 영화이고, 실제 배우의 삶은 어떨까. 탤런트나 배우들은 몸과 얼굴을 무기로 살아가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정신적인 향기는 일단 배제하고 이야기를 풀어본다.


[어니스트 씨프]. 제목만 봐도 뭔가 잔잔하고 이상한 내용일 것 같지 않나? 정직한 도둑이라니. 리암 니슨이 주연이 영화다. 그가 등장하는 영화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정신적인 치밀함과 정돈된 현란한 액션, 몸을 도구로 사용하는 정직한 대결. 주인공의 몸도 좀 다치기는 하지만 정의로운 결론. 항상 반듯하고 멋진 남자내지 남편 내지 아버지가 아니었든가. 문득 점검을 해보니 매우 많은 영화에서 매력과 끼를 발산했다는 것을 알겠다. 적어도 100편 이상이다.


이 영화는 2021년 개봉작이나 지금 현재의 그의 모습으로 연기하고 있다. 1952년생이니 우리나라이로 하면 70세이고 저 영화를 찍을 즈음이면 68-69세이겠지만, 영화에서는 50대 중반쯤으로 나온다. 본 얼굴 그대로 그 나이를 연기한다.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것은 폭탄 제조기술을 가진 해병 출신의 한 남자가 "자신을 살아있게 하는 느낌을 주는 순간"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은행을 턴다. 완벽하게 8년간 12개 은행을 털어서 900만 달러를 숨긴다. 그리고 돈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그 느낌이 소중해서 은행털이가 된 것이기에 돈은 털었지만 사용하지 않고 숨겨둔 것이다.


한 여자를 만난다. 그 여자를 통해서 "자신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는 순간"을 매일 만난다. 그녀가 매순간 그 느낌을 선물하는 사람이다. 남자는 이 여자와의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정직하게 자수하고 벌을 받고자 한다. 그녀가 은행터는 순간의 살아 있음을 매일 주어서 더 이상의 은행은 털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삶은 참으로 희한한다. 부패한 FBI가 자수하는 그의 돈을 갈취하고 살인의 누명을 씌우게 되자 리암 니슨은 도둑질은 인정하고 벌을 받을 의사가 있으나 살인 누명은 쓸 수 없기에 자신의 방식으로 난리를 평정하는 스토리의 영화다.


"살아있다는 느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중년의 남자. 함께 동행하고픈 여인에게 정직하고 싶은 남자. 부패한 경찰과 선량한 경찰. 아이러니를 다루고 있어서 나름 소소한 재미가 있지만, 전설이 생각하는 이 영화의 묘미는 "배우의 늙어감"이 있는 그대로 녹아져 있는 "자연스레 나이 든 배우가 연기하는 자연스러운 영화"가 주는 안정감과 쓸쓸함과 인간의 일생을 보는 느낌에 있다.


리암 니슨도 이제 늙었고 여친으로 나오는 여자 배우도 찬란하게 젊었던 시절이 있었으나 지금은 중년으로 얼굴 가득한 주름을 그대로 안고 등장한다. 또한 FBI 팀장으로 등장했다가 부패한 햇병아리 동료에게 살해를 당하는 경찰관 역시 터미네이터에서의 힘차고 선명했던 그 얼굴이 아니라 지금 그 나이의 배우로 자연 얼굴 그대로 등장한다. 다들 얼굴에서 근육이 조금씩 줄어들고 주름은 한 가득히 그들의 실제 삶의 흐름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차로 추격씬이 있지만 나이 든 연기자는 몸 연기보다 폭탄 제조를 하는 것으로 액션을 소박하게 소화한다. 감독의 세심한 배려이겠지.


이 영화의 감독은 인간의 삶의 여정을 그대로 honest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의 시간을 도둑질 해 간 세월이라는 Thief. [어니스트 씨프: honest thief]는 리암 니슨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고 세월이 아니었을까.


오늘 영화같지 않은 영화. 늙어가는 배우들의 일상을 보는 듯한 잔잔함이 있는 영화 감상을 했다. 배우인 당신들도 일상을 사는 나도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구나.


[플러스]
아름다웠던 오드리 헵번은 말년에 아이들을 위한 봉사로 유명했는데, 말년에 보인 사진에서 주름 가득한 한 여인의 빛나는 미소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사랑스러운 눈을 가지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보라 (오드리가 남긴 명언: 사진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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