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추 디스크 헝클어진 혼비백산 정여사]
= 부르는 소리를 못 들었느냐?
= 예 문을 닫고 자서 못 들었습니다.
= 빨리 와서 파스 좀. 목과 어깨가 아파서 죽는 경우도 있나? 너무 아픈데...
우리 정여사는 당황하는 법이 없다. 평생을 함께 실면서 정여사가 당황한 것을 본 적이 없다. 고통스러운 표정도 별로 본 적이 없다. 그 얼굴에 고통을 내 비친 적이 딱 두 번이 있다. 오늘이 그 하루이다. 처음 한 번은 갈비뼈에 금이 갔을 때 그 고통이 눈빛으로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의지로 조절할 수 있는 고통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오늘 그 고통의 눈빛을 발견한다. 진짜 아픈 것이다. 척추협착증 수술 전에도 아프긴 하셨는데 그땐 젊어서 고통을 덜 표현하셨었고. 관찰할 만큼 내가 한가하지가 않았다. 여유가 없었던 시절.
아픈데, 불렀는데 아무도 대답이 없다. 고통과 더불어 두려움이 어둠을 갈랐을 것이다.
= 같은 집 안이라도 밤이면 잔다고 안 들리고, 죽은 듯이 자버리는데 더 안 들리겠고..... 전화를 하세요. 앞으로는.
= 생각이 안 나더라.
양 어깨가 아파서 내려앉는다고 말하면서 목도 이상하다는 것이다. 그 얼굴의 일그러짐과 눈빛에서 얼마나 아픈 지를 읽어낸다. 척추 수술을 한 지도 20년이 넘어서 다시 허리가 안 좋으시니 옆으로 누워서 잘 주무시는데, 분명 베개 높이 조절이 원활하지 않아 삐끗한 것이 틀림없다. 삐져나간 경추 디스크가 지나가는 신경을 건드렸겠고, 그래서 어깨가 무섭도록 고통스럽게 아픈 것이다.
= 목이 아파서 죽기도 하나?
매우 아프다는 말이다. 잠시 공포를 경험했다는 뜻이겠다.
응급처방을 실시한다.
이왕에 앉으셨으니,
고개를 뒤로 젖히기를 5초씩 4회 정도.
턱과 뒷목을 잡고 위로 당긴다. 5초씩 4회.
편안하게 눕게 한 다음.
다시 머리를 위로 5초 4회 정도 당긴다.
베개 없이 편안하게 무릎을 세운 상태에서 (쿠션으로 지지) 경추부터 요추까지 척추를 일자로 30분 정도 유지하게.
눈에서 고통의 빛은 사라졌다. 살 만해졌다는 뜻이다. 그래 놓고 출근할 때 파스 양 어깨에 부치고, 진통소염제 1알을 드시게 하였다. 진통소염제는 그녀가 원했다. 혼자 있을 때 그 고통이 방문하면 무서운 것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감안하여 진통제 1알을 드린다.
사실 진통소염제는 매우 중요한 약이다.
어르신들이 무릎 허리 등등으로 진통소염제를 많이 드시게 되는데, 다 이유가 있다. 위장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단점은 있지만 움직일 때의 고통을 덜어주어야 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생기는 혹은 생겨 있을 염증을 제거하고 억제해줌으로써 통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진통소염제를 먹음으로써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아니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급성통증이나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의사의 절대 안정"이 처방으로 나오지 않은 이상, 통증이 있는 경우에는 소염진통제를 먹고서 움직이는 생활을 영위해야 한다.
그래야 더 나빠지지 않고, 근육도 보호하고, 관절에 영양공급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프다고 움직이지 않으면 더더욱 나빠진다. 더구나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진통제의 해악과 진통제의 효과가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그 균형을 찾아내어 처방하는 사람이 명의이다.
하루가 지났다. 어제보다 나아서 강력한 파스 대신 중간 효과의 파스만 부쳐드리고 출근한다. 오늘은 진통제 말을 안 하는 정여사. 어제는 진통제도 한 알 먹고 싶다고 하더니.
왜 경추를 삐끗했을까.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분이면, 벌써 정형외과를 가셨을 것인데... 물리치료가 더 도움이 되는데. 휠체어 생활이니 일단 경과를 본다.
3일째 아침. 정상이 되었다. 정여사가 참 신기하다고 한다.
[플러스]
하루에 거꾸로 매달리기를 2분간 한다. 2분이 주는 만족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온 몸의 시원함과 목과 어깨의 편안함이 할 때마다 느껴진다. 앉아 있는 시간이 너무 많다 보니 허리 척추인 요추가 늘 고장 직전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기에 가능한 하루 일과로 빠뜨리지 않고 실시 중. 정여사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불가하네. 할 수없이 내가 수동으로 늘리기만 해 드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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