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찍으면 됩니까: 오늘 투표장에서]
벚꽃이 허드러지게 피어있는 거리를 바람 불 때 걸어가니 그 꽃비가 아름답고 황홀했다.
오늘은 보궐선거 예비 투표일.
비가 와서 본선거일에 할까 하다가 나선 길인데 비가 제법 온다. 그런데 벚꽃잎과 함께 내리고 있다. 또 황홀하게 그 도로를 걸어간다. 벚꽃잎 비는 혼자서 내리나 비와 함께 내리나 인간들을 즐겁게 하는구나.
오후의 투표장은 많이 붐비지 않았다.
신분증을 내고 서명을 하며 내 투표지가 프린트 되고 있는 와중에 들린다.
"1번 찍으면 됩니까?"
"아니 그런 건 질문하면 안됩니다"
다급한 선거 담당자의 대답. 몇 초도 걸리지 않는 그 대화 시간. 머릿속에 별 생각이 다 스친다.
그 와중에 벌써 선거장 1층을 눈이 훑고 있다. 저 젊은이는 투표가 생애 첫 투표인가? 가족끼리 몇 번을 찍기로 약속을 하고 왔는데 잊어버린 건가? 눈은 급히 보호자를 찾아보고 있고...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깜짝 놀라 있다.
그런데 놀란 것은 그다음이었다. 술렁술렁 하하호호.
"아니 그게 아니라, 몇 번 접어야 하냐고요?"
"예??!!!"!
사람들이 웃고 난리가 난다. "몇 번을 접어야 합니까?"를 모두가 " 몇 번을 찍어야 합니까?"로 이해를 했던 것이다.
"마음대로 접으시면 됩니다."
모든 야유와 웃음과 안도감은 답을 한 선거 담당자에게 돌아갔다.
전설도 야유를 하다가 투표소 안으로 들어갔다. 기표를 하고 접어서 나와서 투표함에 넣으면서 외쳤다.
"1번 접으면 되지요!!!@@@"
즐거운 투표일이다. 4월 7일의 결과를 기다린다.
그 젊은 친구는 몇 번을 찍고, 몇 번을 접었을까. 선거에 임하니 애매한 소리는 선거와 관련하여 뇌가 해석을 해 버린다. 다른 일에도 집중하면 이런 일이 분명히 일어날 텐데. 귀를 아무리 열고 있어도 말이다. 선입견에 의한 해석. 항상 주의할 일이로구나.
[플러스]
어느 할머니가 귀가를 하는데, 뒤에서 "같이 가 처녀" "같이 가 처녀". 자신은 자식도 둘이나 있고 손주까지 있는 마당이라 차마 뒤돌아 볼수는 없었지만 기분이 좋아서 집에 도착했다. 싱글벙글하니 손녀가 묻는다.
할머니, 왜 기분이 그렇게 좋아?
응, 나보고 처녀라 해서.
누가?
좀 전에 집에 오는 길에, 누가 자꾸 "같이가 처녀" 그러잖아.
아아아아. 할머니 내가 뒤따라왔는데?
너도 들었겠네.
아냐 할머니...."갈치가 천 원"이었어.
그냥, 듣고 싶은 것만, 선입견을 가지고 듣고 이해하면 남에게 피해가 많을까. 이런 귀여운 착각은 얼마나 즐거운가. ㅎㅎ
정치/선입견/예비선거일/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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