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에게 내미는 정당한 도전장: 마르코 폴로]
"마르코 폴로"
라고 하면 누구나 동방견문록을 떠올릴 것이다. 학창 시절에는 실감 나지 않았던 사건이지만 이제 어른이 되어보니 13세기에 유럽에 사는 한 사나이가 중국을 왔다는 것이 예삿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역사 드라마를 통해 그 시절과 공간이동을 하는 기회를 자주 가지다 보니 그 시절이 너무 궁금해졌다.
이 사나이는 자그마치 20세가 되기전부터 시작해서 24년이나 원나라에 머물렀다는 것도 너무 놀랍고 신기한데, 그것은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적어 볼 일이고...
두 시즌으로 구성된 [마르코 폴로]를 시청하면서 발견한 놀라운 것은, 원나라 쿠빌라이에게 그의 사촌 동생이 [왕/king] 자리를 놓고 도전장을 내미는 장면이었다.
왜 놀랐을까?
소위 우리나라 역사나 사극에서 왕이 정해지면 세습되는 것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고, 적자나 서자로 세습이 원활하지 못하면 좀 멀더라도 왕족 혈통으로 왕의 가계를 이어가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던 나의 뇌. 그것이 아니라면 왕의 자리를 놓고 그야말로 혈투와 음모로 얼룩진 역사를 쓰고 나서야 왕조가 바뀌거나 국가가 바뀌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던 차.
우리나라가 아니라도 긴 로마제국의 역사나 중국과 이집트의 역사에도 왕권세습은 기본이 아니던가. 물론 크게는 원나라도 우리는 중국이라 분류를 하지만.
그리고 왕에 도전장을 내민 후에도 쿠빌라이 현 왕과 도전장을 내민 사촌은 만나서 평화롭게 차도 마시는 등. 도무지 나의 뇌가 적응되지 않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이 되는 것이다.
참을 수 없어서 찾아보니. 원나라 초기에는 왕이 세습이 아니라 쿠릴타이(왕족, 족장, 장수들의 회의)에서 왕을 선출하는 권한이 있는 것이었다. 정견도 발표하고, 자신의 업적도 널리 알린다. 그러면 회의에서 업적과 리더십 등을 고려하여 선출하게 되는 것이었다.
또한 놀라운 것은 여성의 역할인데, 베개밑 송사가 아니라 왕의 아내는 왕비로서 남편의 정사에 정당하게 조언을 하는 등 정치에 관여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소화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쿠릴타이 회의에서도 여성들이 와서 그 후보자들의 연설 장면을 듣는데, 물론 드라마적 요소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13세기 중국을 휩쓸었던 이들에게 있어서 여성들의 역할이 지대했다는 것은 너무너무 신선한 경험이었다.
현대에 와서야 정정당당하게 대통령에게 대통령이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것이 법제화되었다. 그것도 적정 임기를 채운후에야. 물론 탄핵이나 사퇴의 변수 후에 발생할 수도 있으니 일단은 그러하다. 아직도 왕권에 도전장을 내미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입헌군주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에서 말이다. 물론 리더 격인 수상에게는 가능하다.
그러니 왕에게는 아직 도전장은 흔치 않은 일이고, 다만 대통령이나 내각 수상정도에게만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 민주주의가 성립된 나름 최신의 제도인데, 13세기에 원나라에서 왕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사건이 나에게는 놀라웠다. 그리고 둘이 평화로이 앉아서 차를 마시는 장면 등은 많이 신선했다. 결국은 권력에의 의지가 어디 가겠는가. 해서 피바람으로 얼룩지기는 하였으나 그 옛날에 그런 제도속에 살아가는 민족이 있었다니.
칭기즈칸의 손자들. 쿠빌라이와 카르두의 이야기였다.
시간이동과 공간이동은 항상 즐겁고 흥미진진하다.
장님이면서 무술고수인 백안의 출중한 무술도 너무 감동적이다. 마르코폴로는 오늘 이 글에서 천대를 받고 있는 것은 안타깝구나.
공개구혼/드라마/해외/마르코 폴로 시즌1/2/징기스칸의 손자들/쿠빌라이와 카르두/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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