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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HERstory 우리 정여사

이별 예감

by 전설s 2021.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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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예감]

 

정여사가 사랑하는 빛깔. (출처:pixabay)

 

흰머리는 염색을 해도 일주일이 지나면 뿌리가 하얗게 나온다. 우리 정여사는 일주일에 1번씩 염색약을 아주 조금만 섞어서 앞쪽에 난 뿌리만 눈가림을 하셨다. 그러다가 한 달 정도 지나 이제 정수리까지 제법 흰 머리가 우세해지면 딸에게 요청을 한다. 풀 염색을 해 달라고.

 

풀 염색을 할 때면 A제와 B제를 섞는데 정여사가 섞어주는 그만큼이면 완벽하게 앞에서부터 뒤까지 뿌리부터 바깥까지 희한하게 그 양이 딱 맞았다. 수십년을 염색을 해 온 정여사의 내공 덕분이다. 남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정확하다. 물론 그 염색하는 사람의 빗질 간격 조정도 중요하다.

 

정여사는 늘 그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몸 꾸미기를 그만둔다면 그 때가 내가 이 세상과 이별을 준비할 때다.

 

그런데 요즘 수상하다. 반지는 늘 하고 계시고 목걸이와 팔찌는 목욕을 시켜드릴 때만 뺐다가 다시 착용을 하시는데 염색을 나 몰라라 하신다. 평생 보아 온 정여사가 아닌 것이다. 이유를 물으니, 이사오니 혼자 염색할 여건이 불편하고, 이제 나갈일도 없는데...라고 하신다.  주 단위로 하던 염색은 포기를 하셨고 월 단위 풀 염색만 딸이 해 주는 것을 수용하고 있다. 

 

염색에 대한 것은 그러하시나 메니큐어등으로 손톱 관리를 하는 등.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에는 아직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아 독립심 강한 정여사가 딸에게 매주 부탁하는 그 자체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월 단위로 먼저 하자고 해서 정여사의 부담을 덜어 드리고 있다. 

 

그러다가 설 명절을 맞이하여 같이 파마를 하자고 하신다. 염색도 하자고 하시고. 

 

회춘을 하셨을까?

치매로 가다가 돌아오신 김에 [자기꾸밈]에 대한 감각이 더 살아났을까.

 

87세 정여사. 마음은 청춘인데 몸은 제 갈길을 간다. 야속하다. 그러나 이별 예감은 좀 더 미루어 두어도 될 듯하다.

 

인간이 나이를 먹고 쇠락해 가는 것은 미세하게 진행이 된다. 큰 일을 겪게 되면 점프를 하게 되지만 복이 많으면 아주 미세한 진행을 보이게 된다. 미세하지만 진행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니 모든 것이 일장춘몽이다. 

 

일장춘몽!! 

조금 더 즐겨 봅시다. 

 

정여사는 아직 음악을 사랑한다. 클래식이 아니라 트롯트를 사랑한다. 그러나 얼마 전 진품명품보다가 보니 내가 모르는 동요도 많이 알고 부르시더라. 정여사가 음악이 없어도 생활이 불편하지 않을 때면 나는 가슴 서늘한 순간이 될 터이다.  (출처:pixabay)

 

 

비공개구혼/정여사/개인사/자기 꾸미기/염색/메니큐어/파마/일장춘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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