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중에도 이혼 후에도 절친: The Ranch part 2 &]
아이언 리버 목장을 운영하는 보는 아내와 40년을 살았다. 마지막 15년은 별거를 하면서도 그들은 이혼은 하지 않았다. 보에게는 목장이 전부였고, 아내인 메기는 다른 삶도 살아보고 싶어서 마을로 나가서 카페를 연다. 그 때부터 별거가 시작되고, 각자 보는 목장을, 메기는 카페를 훌륭하게 일구어 간다. 자식들은 다 컸지만 때로는 자식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때로는 자신들의 이야기로 자주 만나서 대화를 한다. 각자의 삶을 존중해 주면서 별거를 하지만 이혼은 하지 않은 상태이고, 긴 결혼 생활이 준 것은 서로가 각자를 충분히 잘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척하면 척일 정도로 어쩌면 상대를 자신보다 더 잘 아는 관계이다.
이들은 별거하는 긴 시간 동안 서로 다른 부분, 서로가 중요성을 달리 부여하는 삶의 가치들에 대하여 서로 접목을 시켜보고자 부단히 애를 쓰지만, 성공하지 못한다. 보는 목장이 항상 최우선이었고, 메기는 다른 자유로운 삶을 원했다. 여행도 가고, 다른 삶도 엿보고, 목장에서 벗어나 날고 싶었다. 반면에 보는 목장일을 천직으로 여기면서 마을을 벗어나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그러나 아이 둘을 낳아서 키웠고, 목장을 키웠으며 그 과정에서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둘은 이렇게 긴 별거를 할 것이라면, 또한 가치관의 접점이 찾아지지 않는다면 이제는 이혼할 때라고 판단하고 시즌1 (파트 1과 파트 2)의 마지막 회에서 이혼 서류에 서명을 하고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한다.
이 부부는 별거의 이유가 되었던 각자의 가치관을 서로 이해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고, 자주 만나며, 사랑도 나누고,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도 안다. 그러나 함께 살지 않는 것은 부부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각자가 다른 사람을 자유롭게 만나서 행복할 수 있도록 이혼에 합의하게 된 것이다. 사랑하지만 이혼하는 보와 메기는 40년을 함께 동고동락한 사이이다. 서로를 잘 아는 대화가 되는 친구이다. 이를테면 절친이다. 사실 이렇게 대화를 많이 하는 부부는 절친에 가깝다. 가족에서 이제 친구로 거듭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혼이라고 해서 열렬히 싸우고 장렬하게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맞추어보고 이해시키려 해 보았으나, 각자 중요한 부분을 양보할 수 없기에 헤어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정까지 포기하지는 않았다.
이런 지점이 늘 부럽고 흥미롭고 바람직했다. 대부분의 (외국) 부부들은 이혼을 해도 자녀 양육으로 인하여 늘 다시 만나야 한다. 물론 볼 때마다 악감정과 남겨진 상처를 들추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친구처럼 지내는 경우도 많았다. 소통이 되고 대화가 될 것이라면 애초에 왜 헤어지겠느냐는 사람이 많지만,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대화가 되어도 소통이 되어도 자신이 미래에 추구하고 싶은 것을 용인할 수 없을 경우에는 사랑하지만 헤어질 수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서로의 가치관이 맞았을지라도 현재에는 미래에는 우리가 변화할 수 있으니 그렇지 아니한가.
결혼까지 해서 살았던 사람이라면 얼마나 나를 잘 알까. 당연히 절친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혼을 하건 별거를 허건 말이다. 이 부부는 친구가 된다. 서로를 자유롭게 해 주고 각자는 새 파트너를 만나서 데이트를 하면서 살아간다. 희한한 것은 이들 부부는 서로에게 해주지 못한 것을 새 파트너에게는 제대로 하려고 노력하고 우여곡절 끝에도 해 낸다는 것이다. 아내와 남편과는 절대로 잘 되지 않았던 일들이 새 파트너에게는 적용을 시켜보고 나쁜 점을 고치려 애를 쓴다는 것이다. 전 아내와 전 남편은 그야말로 인생의 스승이다. 그들로부터 배운 것들이 다음의 애인에게 혜택이 되어 돌아간다.
시즌3으로 넘어가면, 보는 심장마비가 왔다가 결국 스탠트를 넣는 시술을 하게 되는데, 보는 새로 사귄 여친이 아니라 이혼한 아내인 메기와 가기를 원한다. 메기가 친구로서 보에게 훨씬 안정감을 주는 존재였던 것이고, 이혼했지만 보를 아끼는 메기는 그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고 친구로서 그 치료여행에 동참한다. 물론 병원에서 현명한 메기는 보의 새 여자 친구인 조앤을 불러서 함께 간호를 하고 회복을 돕는다. 인간관계는 이렇게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인생을 70년 정도 살면, 이혼을 하더라도 아내를 절친으로 둘 수가 있다. 인생을 한 70년 살고 나면, 전 아내를 데리고 병원 가는 남자 친구를 이해할 수 있다. 인생을 한 70년 살고 나면, 전 남편이 병원에 동해하자고 하면 친구처럼 함께 할 수 있다. 인생을 한 70년 살고 나면 전 남편의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해 줄 수 있다. 그래서 전설은 나이를 적당히 먹는 것도 참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별거 중에도 친구였고 이혼 후에도 친구일 수 있는 이유는, 상대방의 진심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사람의 성품을 알기에 맞지 않는 가치관과 다른 미래의 그림 때문에 헤어지지만 서로에게 애정과 우정이 남아있다는 것을 마음 깊숙이에서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드라마니까 그렇지 라고 할 것이 아니라, 곰곰 생각해 볼 지점이다. 그토록 오랜 기간 결혼 생활을 했던 사람이면, 얼마나 서로를 친밀하게 아는 상태인가 말이다.
이혼이 관계의 단절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라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결혼까지 했던 사람과 영원히 보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 아까운 일이지 않는가. 절친으로 남으면 좋겠다. 시절 인연이라 끝난 인연은 어서 가라고 말을 하지만, 결혼 인연은 끝이지만 친구의 인연이 시작될 수도 있으니. 이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은 바로 "진솔한 대화"가 있는 관계였는가 아닌가 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남자들의 삶에서 여자란? : The Ranch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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