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시스 챔버: 맨 오브 스틸 속의 "멋진 신세계"]
SF영화나 드라마에 관심을 가지다보니 man of steel(맨 오브 스틸]이 손에 잡힌다. 일명 슈퍼맨의 탄생을 그린 영화이고 2013년 작품이다. 영화를 영화관에서만 관람을 하던 시절에는 모든 영화에 서사가 매겨지고 항상 1편부터 차례로 보게 되어 있다. 시리즈 물은 빠르면 1년 적어도 몇 년의 간격을 두니 차례로 봐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넷플릭스로 감상을 시작하면 시간을 넘나들며 보아야 한다. 시작과 중간과 끝이 섞이고, 다른 SF와의 관계 설정도 복잡하다. 연도가 중요할 때도 있다. 그런데 오늘 "맨 오브 스틸"을 보는데 뭔가 익숙한 개념이 나온다. "제너시스 챔버"라니. 정말 새로운데 뭔가 익숙한 이 느낌.
과학을 전공으로 삼을 지도 몰랐던 아주 오래전에 [멋진 신세계]라는 소설을 읽었다. 친구 집에서 빌려서 영문도 모르고 읽기 시작한 책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고른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그토록 머리속에 남아 있을 줄 몰랐다. 신기한 것이 너무 많았는데 그중의 하나가 "제너시스 챔버"관련 내용이다. 맨 오브 스틸에 나오는 슈퍼맨은 크립톤(지구가 아닌 슈퍼맨이 태어난 행성, 소멸하였다)에서 엄마와 아빠에 의해 "자연 수정에 의한 탄생"을 한 아이였다. [멋진 신세계]는 1932년 올더스 헉슬리에 의해 창작되었는데, 그때 이미 헉슬리는 이 소설에서 인간의 탄생의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아이는 엄마에게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인공수정란으로부터 인공 자궁 속에서 태어난다. [맨 오브 스틸]에서는 이를 genesis chamber라 부르고, 각 인공 자궁은 포도송이처럼 메인 줄기에 연결되어 있다.
[멋진 신세계]에서는 인간은 인공수정에 의해 인공자궁에서 태어나는데, 자연분만에 의해 태어나는 경우는 과학의 오남용에 대하여 저항하는 세력이 취하는 경우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맨 오브 스틸]에서는 허락되어 있지 않았지만 사회의 주도적 세력이 자연분만을 하는 설정이다.
1932년에 genesis chamber를 설정하여 소설을 써 내려간 헉슬리도 대단한 미래 예측 소설가이다. 그리고 저 소설을 읽은 것이 1980년초이니 벌써 50년의 간격이 있었고, 그때까지 발생학, 유전공학, 분자생물학은 저 영역으로 기술적 발전을 이루지 못했었다. [맨 오블 스틸]이 나온 것은 2013년. 배아세포와 줄기 세포 등의 개념으로 이제 소설이 아니라 과학의 영역에서 그 기술적 발전을 토대로 가능성을 타진해 보던 시절이다. 2021년인 현재까지 아직 인공수정의 기술은 성공했으나 아직 인공 자궁은 탄생하지 않았다. 동물실험에서 인공자궁이 아니라 생체 자궁을 이용한 탄생의 기술은 쌓았지만.
제너시스 챔버는 윤리적 반향이 거세게 몰아칠게다. 기술의 성공으로 가는 여정에서도 그 이후에도 논란이 예상된다. [맨 오브 스틸]에서는 극작가나 감독이 별달리 생각하지 않은 채 구성에 집어 넣었겠지만, 올더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는 과학적인 성과에 의해 매몰되어갈 인간성에 대한 염려를 담아서, 그리고 인간의 탄생마저 국가가 조정하는 전체주의적 발상에 경고를 하고 저항하고자 소설을 적은 것이었다. 미래는 결단코 멋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헉슬리가 옳게 될까. 미래는 결단코 멋질 수가 없는 것일까. 과학의 빛나는 성과는 인간성을 말살 시킬까? 문득 헉슬리의 작품을 [멋진 신세계]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급히 해본다.
[플러스] 케빈 코스터너는 항상 바른생활맨으로 나온다. 어느 영화에서건 그가 나오면 아이들에게 교훈이 되는 교과서 같은 내용이 늘 나온다. 희한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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