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으로도 이미 감이 왔다: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친구들과 흑인 인권에 대한 대화를 하다가 생각나는 영화를 찾아서 추천을 하려고 하니 넷플릭스에 없다. 그 대신에 [히든 피겨스]를 찾았다. 내용을 살펴보다가 제목으로 벌써 감을 잡았다. 다만 영화가 이것을 어떻게 표현해 줄지 그것이 관건이었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에서 1961년 달에 우주선을 쏘아올리기까지 그 10여 년 전부터의 나사에서 일하는 흑인 여성들이 사회에 팽배한 흑인 차별주의 여성 차별주의를 극복하고 자신들의 역량을 찾아 적합한 위치에서 그 기량을 쏟게 되는 그 과정을 나사가 이룬 역사적 업적과 연계하여 만들어진 좋은 영화였다. 세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첫 번째 여인
IBM이 나사에 도입되기 전에 컴퓨터가 할 계산을 모두 흑인 여성들이 해내고 있었는데, 리더 격인 흑인 여성이 시대의 흐름을 감을 잡고 Fotran을 스스로 공부하여 팀원들에게 학습을 시켜서 '계산을 하는 사람"에서 "컴퓨터를 활용하는 사람"으로 변신하게 준비시키는 것은 훌륭한 일이었다. 이는 인종의 문제가 아니라 그녀의 탁월함이 돋보이는 것이었다.
두 번째 여인
수학적 천재이어서 나사에 취직했으나 여성이라서 흑인이라서 그 우수함을 발취할 수 없었던 사람이 우연한 기회에 핵심 부서에 배치되어 칠판의 수식을 보고 술술 역량을 흘러나오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인종의 문제가 아니라 한 인간이 그 천재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일은 그 자체로 감동이다. 그 가운데 흑인이어서 받는 차별까지 감내하는 가운데 저항하는 그 정신 상태를 사랑하는 것이다. 인간적으로. 천재성은 어느 날 홀연히 그 진가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그것을 감지하는 상상가 하나 존재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세 번째 여인
그녀는 엔지니어 디자인의 감각이 탁월하였다. 흑인이 아니어도 여성이 하기 힘든 항공 관련 엔지니어의 길은 그 자격을 갖추는 일이 쉽지 않으나 그녀는 흑인 입학이 불가했던 학교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판사를 설득하는 장면은 그녀의 통찰을 느끼게 한다. 세상을 보는 눈과 자신이 설득하고자 하는 사람의 심리를 충분히 활용하는 그녀는 백인 남성들과 어깨를 겨루며 자격을 갖추고 결국엔 우주로 가는 기계를 만드는 엔지니어가 된다.
히든 피겨스의 뜻은 무엇일까?
숨어 있는 그림들: 나사의 업적이 외부에 공식적으로 알려지는 것에는 한계가 있겠다. 알렷다해도 일반 대중에게까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니, 이 영화를 통해 숨어있는 그림/배경/나사의 내부에 대한 소개가 있을 법한 제목.
숨어 있는 사람들: 마찬가지로 굳이 소개되지는 않았으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심초사 우주계획에 참여했는 지를 알게 하는 영화라는 듯한 제목.
숨겨진 사람들: 여기서는 국가의 공적인 나사의 중요한 일에 흑인들이 그 배경이 되는 것을 굳이 알리고 싶지 않은 백인들의 고의가 녹여져 있는 느낌을 주는 영화 제목이다. 그것을 드러내는 영화라는.
드러나지 않은 그림들: 숨어 있는 사람들이라는 번역속에 소극적인 감춤이 있다면, 드러나지 않는 그림들이라는 번역 속에는 굳이 감추려고 하지 않았는데 다 밝힐 수 없어서 그냥 잊힌 존재를 드러내 준다는 느낌이 있어서 이 번역이 나름 마음에 든다.
드러나지 않은 사람들: 중요한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적으로 공적으로 공공연히 소개되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온다. 제목중에 가장 적합한 번역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인종 차별을 아주 극심하게 하는 가운데에도 백인들은 흑인들의 도움없이는 뭘 해낼 수 없었다는 뜻이다. 능력 있는 유색인종과 차별했다는 것은 확실하다는 것. 그리고 그 차별이 완화되는 것은 백인 스스로 하지는 않았다는 것. 흑인들의 부단한 노력이 그 배경이라는 점. 물론 호의적인 백인도 있었겠으나 사회 전반에서 그 차별이 완화되는 데에는 수많은 시간과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차별은 아직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평가
전설로서는 not bad. 캐나다에 있는 친구는 그 감상평으로 아래의 글을 보내주었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현실은 영화보다 녹록치 않다는 걸 보여주네]. 그래서 전설도 다시 한번 다른 이들의 댓글 의견을 보다가 뭔가 잡히지 않고 찜찜했던 지점을 찾아내었다. 영화가 아주 매끄럽게 흑인 여성들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면서 그 과정의 지리하고 지지부진하고 답답한 과정을 생략한 채 "차별 개선"의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실제로는 더 혹독한 그 과정을 너무 쉽고 간단하게 정리해 버렸다는 점이다. 수십년에 걸쳐서 조금씩 개선된 그것이 마치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양 느껴지게 했다는 것이다.
그럴싸하게 묘사하였으나 그럴 필요까지야...
아직도 경찰마저도 인종 차별을 하는 미국. 이유없는 차별이 주는 슬픔에 대하여 다시 한번 논의하여야 한다. 히든 피겨스는 인종차별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우주로 향하는 인간의 노력을 그린 작품이고, 수학이란 무엇인가, 물리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생각할 기회를 주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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