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연기임에도 눈은 마음의 참이요 얼굴은 본인 그 자체로구나: 의천도룡기(2019)]
드라마에서 배우는 연기를 한다. 한 인물을 연기하기도 하고 1인 2역을 하기도 한다. 20대만 연기를 하기도 하고 일대기 전체를 나이를 따라가며 연기를 하기도 한다.
주지약!!
의천도룡기에서 단 하나의 여성 무림 아미파의 교주가 있다. 묵직했던 교주 사망 후 정말 천진난만한 만화에 나오는 표정을 가진 소녀가 교주 자리를 승계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그녀도 자리에 걸맞게 성숙 되어간다. 다만 그녀는 아름답게 영글어가는 것이 아니라 친진 난만하고 말고 투명했던 모습이 전체 무림을 이기고 아미파의 위용을 세우려는 욕망으로 흑화 되어 얼굴 표정이 싸늘하고 냉혹하게 변한다.
물론 그녀로서는 연기일 수 있겠다. 그래서 표정 연기가 좋았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전설에게는 그녀의 얼굴 표정의 변화가 정말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눈을 마음의 창이라고 했던가. 그러면 얼굴 표정은 그 사람 그 자체가 아닐까. 그녀가 아미파의 성공을 야망으로 품고서 정도를 걷지 않게 되었을 때부터 표정이 점점 변해가는 것이 보인다. 신기한 것은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악을 품기 전과 후의 얼굴 표정과 분위기가 너무 다른 것이다. 그런데 연기라는 느낌이 들지 않고 실제 상황을 보는 느낌이 오는 것은 왜 일까.
몸은 거짓말을 하기가 힘들다. 마음과 정신이 품어내는 향기를 얼굴은 드러내고 만다. 마음과 정신이 아니라도 몸의 변화에 의해서도 일그러지기도 한다. 몸과 마음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당신의 정신 사태가 궁금한가? 그러면 거울을 쳐다보면서 자신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도 자신의 심신의 상태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플러스]
정여사는 척추 수술을 한 적이 있다. 요추 4번과 5번의 디스크를 정리하는 수술이다 보니 엎드린 상태에서 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은 4-5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동안에 보호자가 할 일이 무엇인가 물어보니 "기다리는 것" 이란다. 4-5시간을 수술실 앞에서 기다린다는 것은 뭔가 참을 수가 없다. 수술이 끝날 때쯤에 연락을 해 줄 수 있냐고 하니까 가능하단다. 병실에 있을 것이니 응급 상황이면 연락을 달라 하고, 병실로 돌아와서 영화를 보았다. 영화 제목도 생각이 난다. 이연걸 주인공의 [더 원}이었지 싶다. 케이블에서 해주는 영화였는데 각기 다른 우주 속에 각기 다른 "나"라는 존재가 있는데 그 "나"라는 존재의 존재성을 다루었던 영화. 관심 가는 주제라 정여사의 수술은 잊고 몰두했다.
연락을 받고 수술실 앞에서 침대보에 싸여 나오는 정여사를 보았다.
흉측하게, 정여사라고 바로 판단이 되지 않을 정도의 일그러진 얼굴이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아니 어떻게 고생을 시켰기에... 하는 나의 표정을 읽고서 간호사가 설명을 해 준다. 엎드려하는 수술이라 그렇다고.
그렇긴 해도 인간의 멀쩡한 얼굴이 저토록 4시간 만에 일그러질 수가 있나 싶어서, [항상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몸과 정신의 상태가 만들어 내는 얼굴 표정과 눈빛. 소중한 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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